최순실·안종범 등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 적시
청와대서도 “특검수사 대비”

▲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19일 대전을 포함해 전국 100여곳에서 열린 가운데 서구 대덕대로 타임월드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관련기사 3면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60) 씨의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 씨의 범죄 혐의 전반에 상당한 공모 관계가 있다며 사실상 ‘공동정범’이라고 밝힌 가운데 박 대통령 측이 ‘검찰 수사 불응’ 입장을 밝혀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소장 범죄 사실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적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가 확인되면서 검찰은 그동안 참고인 신분이던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12월초로 예상되는 특검 출범 전 관련 수사를 계속하고 의혹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검찰 수사 결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700억원대 기금을 출연받고 아무런 권한이 없는 민간인 최 씨에 공무상 비밀 내용이 다수 담긴 청와대와 정부 문건이 넘어가는 데 박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박 대통령을 통해 안 전 수석을 움직여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3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강제로 출연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과 ‘체크 리스트’에는 두 재단과 최 씨의 각종 이권 사업과 관련한 ‘대통령 지시 사항’이 다수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며 그 뜻을 설명해주는가 하면 출범 직전 미르재단 출연 목표액을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차원에서 두 재단을 출범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인지, 최 씨 측의 이권 챙기기를 알면서도 묵인했는지가 법적 책임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서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최 씨의 조언을 받기 위해 문서들을 보여주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일단 직권남용 혐의를 주로 적용했지만,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 가능성까지 염두하고 정유라 특혜 지원 의혹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범) 등으로 최 씨를 구속기소 했다.

재단 강제 모금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안 전 수석과 최 씨에게 청와대와 정부 부처 문건을 넘겨준 혐의(공무비밀누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증거를 엄밀히 따져 보지도 않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해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 사상누각”이라고 맹비난했다. 유 변호사는 “이미 검찰이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도 하기 전에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며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요청에는 일체 응하지 않겠다”며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이 대통령을 공범으로 기재한 부분을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조목조목 밝히기도 했다. 검찰 수사 거부까지는 아니지만 청와대 역시 보다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는 박탈당한 채 부당한 정치적 공세에 노출되고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이어 “박 대통령은 야당이 추천한 특검 수사까지도 아무 조건 없이 수용했으며 앞으로 진행될 특별검사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본인의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서울=박명규·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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