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진 K-water 연구원장
[수요광장]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¼인 20억명이 절대적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고(FAO), 불충분한 물 및 위생 공급에 따른 비용은 연간 2600억달러로 추정되는 등(OECD)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의 필요성은 전 세계적인 주요 과제로 대두됐다. 이와 같은 물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제도의 혁신이 필요한데, 기술혁신은 물관리에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며, 제도혁신은 물 거버넌스를 혁신하는 것이다.

물 거버넌스는 여러 단계의 사회 구조에서 수자원을 개발하고 관리하며, 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정치적, 경제적, 행정적 체계를 말한다. 2000년 제2차 세계 물포럼에서는 '물 위기는 물 거버넌스의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물 거버넌스를 실효성 있게 만드는 것이 강조됐으며, 2003년 제3차 세계 물포럼에서도 이 점을 강조하면서 통합수자원관리와 유역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좋은 거버넌스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우선순위의 결정이 사회의 폭넓은 합의에 기초하고,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자원배분에 관한 정책결정과정에 반영되도록 이들의 참여기회를 보장하고,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 거버넌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확산과 국제적으로 통일된 원칙수립의 필요성에 따라 OECD는 2015년 6월 OECD 장관급 회담에서 효과성, 효율성, 신뢰와 참여 등 세 가지 측면의 '물 거버넌스 원칙'을 공개하면서 실체적이고 결과 지향적인 공공정책에 기여하고자 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기존 권고에 국제사회의 이슈인 지속가능발전목표, 물-에너지-식량 Nexus, 기후변화 등을 반영한 통합물권고를 OECD 이사회 승인을 거쳐 올해 말 제정 예정으로, 이는 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물 거버넌스의 효율적 적용을 위해서 물관리기본법 제정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량관리는 국토교통부, 수질관리는 환경부, 재난업무는 국민안전처, 수력발전은 산업통상자원부, 농업용수는 농림수산식품부 등 부처별, 기능별로 물관리 업무가 분산돼 있다. 이에 따라 가뭄, 홍수, 녹조 등 여러 부처에 걸친 물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관 간 업무중복 및 예산낭비를 피하기가 어려웠다.

물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현하고, 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물관리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1990년대 후반부터 있었으며, 1997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돼 1997년과 2006년에 물관리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발의가 되기도 했으나 제정은 무산됐다. 또한,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모두 4건의 물관리기본법에 발의 됐으나, 부처간 이견과 협의의 어려움으로 제정이 무산됐고, 이번 20대 국회 들어서도 총 4건의 물관리기본법이 발의돼 국회 심의 중이다. 이들 물관리기본법은 물의 공공성, 유역별 관리, 통합관리 등을 기본원칙으로 선언하고, 물관리 정책 및 계획의 심의·조정 및 물분쟁 조정을 위한 물관리위원회 설치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편, K-water도 유역별 관리의 필요성을 대처하기 위해 이에 맞는 물관리 조직으로 변모 중에 있다. 기존 행정구역 중심의 도 단위 지역본부 조직은 홍수, 가뭄 등 여러 행정구역에 걸친 물관리에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권역별로 본부를 설치하고 이들 본부에 권한과 책임을 이양함으로써 권역별로 수질, 수량 및 수변공간을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K-water의 이와 같은 노력은 물 거버넌스 관련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때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에서 제정 필요성은 공감했으나 부처 간 이견으로 제정이 무산된 물관리기본법의 제정이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물관리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바,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되도록 뜻과 의지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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