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수 충남도 축산과장
[수요광장]

유난히도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아침, 저녁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올 때 쯤이면 우리 축산분야에 있어 걱정거리가 하나 생기는데 바로 구제역이다. 구제역이란 소, 돼지, 사슴 등과 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입과 혀, 유두나 발굽 등에 수포를 형성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으로써 빠른 전염성으로 국제동물보건기구(OIE)에서도 가장 위험한 가축전염병 중 하나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구제역은 올해 2016년 1월 전라북도 김제와 고창에서 시작되어 2월 우리도 천안, 공주 등 4개 시·군 19건이 발생 22천여두의 돼지를 살처분 하고 107억의 직간접 피해를 남기며 70일만에 종식되었다. 2015년에 이은 발생으로 축산농민들 가슴에 깊은 아픔을 주고, 일선 현장의 공무원들과 관련 유관기관 직원들에 격무의 피로를 남긴 구제역이지만, 비록 피해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3~4월에 도내 모든 돼지에 대한 긴급 구제역 백신 일제접종 및 검사를 통해 작년 대비 평균 10%이상의 백신접종 항체형성률이 상승한 것을 확인해 백신의 효능을 검증할 수 있었다. 또한 축산농가 및 관련 업체들의 전국 일시이동중지 명령의 준수 등 행정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등 민관이 하나되는 마음으로 방역에 매진한 결과 비교적 70일이라는 짧은 기간만의 조기종식이라는 성과와 함께 구제역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9월에는 충청남도지사를 중심으로 축산관련 12개 단체의 방역관련 업무협력 협약을 체결, 농가뿐만이 아닌 도축장, 사료회사, 수의사 등 범위를 더욱 넓혀 추진 전략을 모색하는 등 더욱 효율적인 구제역 방역 추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였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고만 있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구제역 야외감염 항체가 검출되고 있어 아직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잔존해 있을 수 있는 위험이 남아있으며, 최근 러시아 등 인근 국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듯이 언제 국내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위협이 지속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 충청남도는 10월 1일부터 내년 5월 31일까지를 구제역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하여 상황실 운영을 하고 있으며, 145만 5000두분의 구제역 백신 일제접종 실시 및 11월부터 도내 7개 시군의 돼지를 대상으로 임상관찰 및 야외감염항체의 조기 색출 등을 위한 일제검사를 실시할 계획에 있고, 야외감염항체 검출 농가의 컨설팅 관리 등 구제역의 유입을 막기 위한 다방면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이런 강화된 방역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그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 도내 축산농가의 공감대와 참여, 적극적인 협조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더 효율적인 방역정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방역정책 이전에 축사시설을 현대화하고, 방역에 취약한 무허가축사의 양성화, 적정사육두수 준수 등 농가 스스로 가축사육환경을 개선하여 청정한 친환경 축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사실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슈가 되었었던 메르스나 지카 바이러스를 보면 과연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 하는 것이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심을 가져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농장 출입 차량·사람에 대한 철저한 차단방역과 구제역 발생국가의 방문을 자제하고, 해외여행 후 입국 시 소독 실시, 구제역 백신접종 요령을 준수 하는 등 ‘내농장은 내가 지킨다’라는 농가의 자율방역의식 및 실천 의지와 정부의 구제역 방역대책 정책이 하나 된다면, 올 겨울은 구제역 없이 보낼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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