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혁 농협대전공판장 사장
[수요광장]

동물과 식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명제에 대해 나는 동물은 움직임으로써 생명이 유지되고 건강하며, 식물은 반대로 제자리에 가만히 정지해 있어야 튼튼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동물의 생식기는 모두 몸체의 밑 부분에 위치하지만 식물은 곤충이나 새, 바람 등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식기가 몸체의 위 부분 노출된 장소에 위치하게 된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의 변화를 몸으로 겪으며 적응해야 하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동물은 종류마다 생존을 위한 저마다의 독특한 방어기술을 가지고 있다. 사자는 힘이 세며 치타는 빠르고 사람은 훌륭한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자외선·비·바람·해충·박테리아 등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 경우 이에 대응해 스스로 방어용 화학물질을 생산하게 된다. 식물이 외부공격, 물리적 스트레스, 세포산화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생리활성 물질이 식물에게는 보호막이지만 사람에게는 암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해주는 면역기능과 늙지 않고 오래 살수 있게 하는 항산화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류는 고대시대부터 식물이 가지고 있는 화학물질을 이용해 많은 의약품을 만들어 냈다.

가장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것이고 버드나무 껍질에서 ‘아스피린’을 만들었고, 주목나무의 독성 성분을 추출해 항암치료제를 만들어 냈다. 기침·가래·인후염 등에 사용하는 약의 주성분이 도라지를 원료로 한 것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식물은 주변환경이 혹독할수록 생존을 위해 스스로 방어물질을 더 많이 생산하게 되고 사람의 건강에도 이롭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히말라야는 ‘세계에서 제일가는 약초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히말라야 약초는 춥고 산소가 부족한 고산지대라는 혹독한 생존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더 많은 파이토케미칼을 함유하고 있어 인체에 효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농산물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일반적으로 시세가 가장 잘 형성되는 농산물을 최고로 평가해야 하지만 최고 시세를 받는 농산물과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몸에 좋은 농산물은 현실적으로 괴리가 있음을 느낀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자연에서 키운 농산물이나 약초의 효능이 우수하다. 화초처럼 시설을 이용해 예쁘게 키워낸 농산물이 모양이나 맛에서는 훌륭하겠지만, 거친 환경에서 키워낸 농산물이 뿌리도 깊고 더 많은 영양분과 파이토케미칼을 함유하고 있다. 농업인구의 감소와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에는 식물공장의 LED 불빛 아래서 자란 채소를 먹을 수도 있지만 진정한 먹거리는 자연속에서 태양빛을 제대로 받고 자란 농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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