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식당가 한파
법해석 애매하고 범위 광대
‘본보기 피하자’ 약속 안잡아
고급 식당 급격한 매출감소
“상황지속땐 식당문 닫아야”

▲ 점심 시간대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가 모습. 세종=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행위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 사이에는 자칫 시행 초기에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식사 약속을 잡지 않는 ‘안전 모드’가 진행 중이다.

직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이 여전히 애매하고 적용 범위도 광범위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만남 자체를 회피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관망 분위기가 팽배하다.

세종지역 식당가는 중저가 식당의 경우 아직까지 큰 타격은 없지만, 한우전문점 등 고급 식당은 급격한 매출 감소로 존폐를 고민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A 씨는 “직무 관련성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해석도 분분해 당분간 외부인과 식사 약속은 잡지 못하고 있다”며 “점심시간에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청사 인근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공무원 B 씨는 “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처별로 지침이나 해석이 달라 혼란스럽다”며 “감사 관련 부서에 문의를 통해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움직이라고 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은 아예 피하게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반면 김영란 법이 오래전부터 예고된 만큼 사전 교육과 준비과정 등을 거쳐 큰 충격파없이 안착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무원 C 씨는 “직무 관련성이 크게 없는 외부인과 만나 식사를 하더라도 각자 음식값을 지불하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부정청탁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 만큼 조만간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지역 고급식당가는 김영란 법 시행에 따라 손님 발길이 줄어드는 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우전문점과 한정식집 등은 공무원 손님 비중이 크게 줄면서 식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D 한우전문점 관계자는 “식당 손님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던 공무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점심 시간대에도 간단한 식사 메뉴를 찾는 손님이 많고, 저녁 시간대에는 예약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식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 복요리 전문점은 “점심시간대는 그럭저럭 현상 유지를 하지만 저녁 시간대는 예약률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식당은 이른바 ‘영란 메뉴’인 2만 9000원대 세트 메뉴를 개발, 홍보를 통해 손님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공무원 손님 비중이 낮아지면서 어려움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음식가격대가 높지 않은 중저가 식당은 시행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인근 중저가 식당은 점심시간대에는 여전히 공무원 손님의 발길이 줄을 이어 혼잡한 상황이 연출되는 등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세종=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