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진 K-water 연구원장
[수요광장]

국가가 공급하는 공공서비스는 다양하다. 그 중 상하수도서비스도 대표적인 공공 서비스에 해당한다. 물 공급과 관련해, 기후변화, 도시화, 인구증가 등으로 인한 수원 확보, 수질개선 요구 증가,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복지수요 증가로 인해 물공급 관련 상하수도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상하수도 서비스는 장기적투자로써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복지지출에 비해 정치적인 선호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국민 상하수도 서비스는 개별 자치단체 또는 지방공기업이 운영하고 있지만, 규모 및 재정면에서 영세해 열악한 재정이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다. 한국비용편익분석연구원의 '효율적 물관리를 위한 물정책 비교연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K-water·한국농촌공사·지방자치단체 등 우리나라의 물관리 책임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2013년 물 관련 지출은 약 18조원이다. 이중 9.1조원이 요금·부담금 등으로 충당되고 8.1조원은 일반세금으로 보조하고 있다. 상하수도의 경우 2013년 지방자치단체는 상하수도 수입 등으로 약 6.7조원을 거뒀지만 약 12.8조원을 지출해 약 6조원을 세금으로 메웠다. 이러한 불균형은 물 관련 시설의 관리·보강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심각한 가뭄을 겪은 충남서부권 8개 지자체도 비용 문제로 노후화된 수도관을 교체하지 못해 30% 가량의 물이 누수되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물관리와 안전하고 건강한 물 공급을 위해서는 물 분야 재정의 불균형을 완화해야 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물관련 재정 수입이 확대되어야 한다.

OECD는 상하수도 관리 재원을 3T(Tariff: 요금, Taxes: 세금-정부보조금, Transfers: 국제 원조등)로 구분해 요금의 국가별 비중을 산정한 바 있는데, 우리나라는 요금 비중이 약 40% 수준으로 프랑스의 95%, 오스트리아의 80~90%보다 낮고 멕시코의 60%보다도 낮은 것으로 분류되었다(OECD, 2009). 즉 물관리 재원이 정부 보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 동안 높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정부재정이 여력이 있을 때에는 정부지원을 통해 낮은 공공요금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불확실해지고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재정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현재, 과연 이와 같은 공공요금 정책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잘 설계된 수도요금은 지속가능한 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투자와 운영 및 유지비용 충당을 위한 재원이 된다. 또한 이용자의 물 낭비를 억제하고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물은 점점 부족한 자원이 되고 있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적정한 가격의 설정이 필요하다. 낮은 수도요금은 물의 과소비를 유도해 물 부족을 초래하고 신규 수도시설 건설시기를 앞당기며, 하수량을 늘려 더 많은 하수처리비용을 초래한다. 원가 이하의 낮은 수도요금으로 인한 적자는 일반세금 등 타 회계전입으로 충당되어 소비자는 결국 당장의 낮은 수도요금으로 인한 혜택보다 더 큰 비용을 장기적으로 부담하는 셈이 된다. 또한 노후시설 교체, 낙후지역 신규 설치 등의 투자가 되지 않을 경우, 대체 수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에게 가장 큰 피해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향후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출산장려금, 노인부양비 등 사회보장부문에 대한 지출 증가 등 재정수요가 세입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물공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의 전환과 이에 대한 공감을 높이는 인식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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