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혁 농협대전공판장 사장
[수요광장]

‘월담초’라는 말이 있다. 남자들이 부추를 먹으면 남의 집 담을 넘어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첫 수확한 부추는 팔지도 않는다”, “봄 부추는 사위에게도 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나온 부추는 봄철 최고의 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봄철에 나오는 두릅·오가피순·다래순·가죽나물 등도 마찬가지로 영양분이 집중되는 시기가 봄철이다.

뿌리채소인 인삼·더덕·도라지는 가을부터 봄에 싹이 나오기 전까지가 제철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영양분이 잎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가을이 돼 잎이 지고 뿌리로 영양분이 내려가 있을 때에야 맛도 좋고 우리 몸에도 효능이 뛰어나다. 시금치는 계절마다 종자가 특화돼 있지만 그중에서도 추운 겨울 바닷가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남해안 지방의 섬초는 못생겼지만, 일년 중 최고의 영양가치가 있는 보약과도 같은 농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시설재배와 가온을 통해 사계절 먹고 싶은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그래도 모든 작물은 저마다의 제철을 가지고 있으며, 제철에 나온 농산물이 최고의 영양과 맛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는 연간 식탁 메뉴를 꾸밈에 있어서 시기마다 제철농산물을 주메뉴로 정하고, 제철이 아닌 농산물은 필요시마다 부재료로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르고 있는 상추의 경우 도매시장에서 연중 가격이 요동을 친다. 제철인 봄·가을의 경우 가격도 싸고 색택도 좋을뿐더러 아삭아삭한 식감도 최고지만, 생육온도가 맞지 않는 여름에는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맛과 품질도 떨어진다. 일부 농산물 중에는 홍수출하의 경쟁을 피해 시세를 더 많이 받기 위한 편법을 사용해 제철보다 빨리 출하하는 농산물들이 있다. 성장호르몬제를 사용하거나 포도처럼 ‘박피’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자연의 순리를 어긴 것으로 좋은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최근 가마솥 폭염으로 인해 추석을 앞두고 고랭지 배추가격이 금값이다. 하지만 이제는 연중 김치를 담글 수 있을 뿐 아니라, 맛있는 월동배추가 다음해 4~5월까지 저장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에 월동배추를 이용해 한번 더 김장을 담그는 주부의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자연과 사람의 몸은 일치돼 있다고 해서 ‘신토불이’라고 한다. 우리 땅에서 난 우리 농산물이 우리 몸에 최적화 돼 있다. 여름에는 땀을 흘리게 되고 맛있는 수박을 통해서 수분을 보충하지만, 겨울에는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수박에 매력을 느끼지 않게 된다. 소비자는 대략적으로 농산물의 제철을 구분할 수 있지만 작물마다 지역특성과 온도차에 따라 생산지가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과 품종별로 출하시기가 다르다는 세밀한 사항은 전문가가 아니고는 잘 모른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예쁘고 깨끗한 농산물만을 찾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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