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산자를 먹여 살리는 나라
엄갑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시론]
2016-08-25 충청투데이
필자는 지난 7, 8월에 걸친 북유럽 여행을 하면서 그런 곳을 보고, 부러움을 안고 왔다. 3일간의 노르웨이 관광을 끝내고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초호화 유람선(DFDS SEAWAYS)에 승선한 시간은 오후 3시 반경 이었다. 17시간에 걸친 크루즈 여행을 즐기고, 이튿날 아침 9시45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하선해서 조금 걸어 나오니 현지 가이드가 여행사 피켓을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된 버스에 오른 우리는 코펜하겐 시내로 들어서면서 1974년에 이민 왔다는 60대 중반의 여자 가이드로부터 덴마크에 관한 관광브리핑을 들었다.
안데르센은 코펜하겐 근교에서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한때 연극배우를 꿈꾸었으나, 코펜하겐 대학을 졸업한 후 희곡과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서의 재능을 드러냈다. 1835년부터는 본격적인 동화 저작에 들어가 평생동안 동화작가로서의 저작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벌거숭이 임금님’ 등 모두 130편 이상의 주옥같은 명작들을 발표해 세계적인 동화 작가가 됐다. 그리고 그가 쓴 동화의 특색은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 그리고 따뜻한 인간애에 있다.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가 1875년 8월 친구의 별장에서 "내 인생은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라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작은 인어상이 덴마크를 동화의 나라로 만들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은 틀림없다. 평생 동화를 썼던 안데르센의 덕분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국가 발전에 크게 공헌했으며, 죽어서까지 관광객들을 불러 모아 덴마크 국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관광가이드는 힘주어 설명했다. 그러나 솔직히 80㎝의 인어상을 보고나면 홀로 앉아 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우수에 젖은 듯 한 모습이 매우 애처로운 여운을 주지만 너무 작아서 실망을 하게 된다. 오죽하면 유럽의 썰렁 3대 명소의 하나로 꼽힐까. 그래도 코펜하겐의 상징이라 하니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세계적인 대 문호가 나와 우리들의 후손을 먹여 살게 해 줄까. 부러움을 안고 코펜하겐을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