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능 D-100] 무더위 잊은 듯 수험생들 막바지 점수 올리기 혈투
[르포] 수능 D-100일 고3교실·학원 가보니 책상엔 교재 탑처럼 쌓였고 졸음 이기려 선채로 공부 주말도 밤 늦도록 자율학습 집서 침구류 배달돼 오기도
2016-08-08 홍서윤 기자
칠판 한편에는 대입설명회 일정과 정시 모집요강 등이 담긴 종이가 빼곡히 붙어있었고, 학생들의 책상에도 수능준비 교재가 탑처럼 쌓여있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교실 안에서 비어있는 책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방학기간 선택사항으로 운영되는 방과후학교에 3학년 학생 약 70%에 해당하는 300명 가량이 참여, 여느때처럼 수업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내달 진행되는 수능모의평가를 준비해야하는 데다 수시원서 접수까지 앞둔 탓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석범 군은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생각하고 있는데 독서와 자기소개서 등 비교과영역까지 꼼꼼히 준비해야해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대입준비를 가장 가까이서 지원하고 있는 교사들도 막중한 책임감에 고3 수험생과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을 곁에서 챙기려다보니 집에서 침구류가 배달돼 올 정도다. 이동규 3학년 부장교사는 “고3 담임은 학생들과 의사적 소통뿐아니라 물리적인 생활방식에서도 사제동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100일의 긴장감은 둔산동 학원가에서도 역력히 느껴졌다.
이날 오후 3시경 한 재수학원 강의실 안 수강생들은 적막감이 흐르는 속에서도, 막바지 점수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질라치면 뒷편에서 선 채로 수업을 들었고, 강의를 놓칠 새라 분주하게 펜을 움직였다.
수강생들은 이제까지 그래왔듯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수업에 열중했지만, 안 보이는 곳에 가서는 부담과 압박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습시간 여자화장실 안에서는 “이번에도 성적이 안 오르면 어떡하냐”는 울음섞인 목소리와 “그냥 성적에 맞춰 아무데나 갈까”라는 자조어린 푸념이 30여분간 흘러나왔다.
대학이라는 최종 관문으로 가는 길목에서 수험생들은 목표와 현실을 놓고 이러저리 흔들리고 있었고, 아랑곳없이 달력은 또 한장 넘어갔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