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도로에서는 2100만명이 치킨게임을 한다
[충청로]
2016-02-24 나재필 기자
▶택시운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운전이 재미있어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나 생활은 너무 고달팠다. 하루 4만7000원(회사납입금)을 벌기 위해 12시간 꼬박 일을 했다. 당시엔 수동기어(스틱)여서 무릎관절이 망가졌다. 더구나 욕심이 나서 하루 24시간 일을 자청했을 때 8만원의 사납금은 너무 과했다. 끼니를 거르면서 액셀러레이터와 클러치를 밟아대도 사납금을 채우지 못했다. 공치는 날이 많았다. 때문에 몇 천원 손에 달랑 쥐면 새우깡에 깡소주를 마셨다. 고단한 노동의 한풀이이자 뒤풀이였다. 택시운전은 4개월 만에 끝이 났다.
▶지금 대한민국 도로에선 2100만대의 자동차가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보고 돌진하는 이 게임에서는 충돌을 피해 먼저 운전대를 꺾는 사람이 치킨(겁쟁이)이 된다. '너 죽고 나 죽자'는 게 딱 이런 상황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도로는 소화불량이고, 운전자는 양심불량이다. 무질서하고, 성질 급한 운전자들은 운전대를 잡는 순간 펄펄 난다. 한때, 나 또한 레이스를 좋아했지만 교통지옥이라고도 불리는 서울에서 운전버릇을 고쳤다. 그곳은, 아무리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저속기어의 세상이었다. 난 서서히 달리는 법을 잊었고, 길을 잃었다. 치킨게임에서 스스로 내려앉았지만 지금도 서행을 후회하지 않는다. '앞서가는 1인자'가 더 불안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재필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