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정권의 설거지나 할꼬!
[충청로]
2015-10-28 나재필 기자
▶설거지의 제1원칙은 기름 묻은 그릇과 묻지 않은 그릇을 구분하는 일이다. 설거지통에 기름 묻은 것을 포개놓으면 그릇 모두가 기름투성이가 된다. 때문에 오염되지 않으려면 오염된 것을 경계해야한다. 기름진 음식은 먹을 때만 탐나고 뒤치다꺼리가 힘들다. 설거지는 음식찌꺼기와 그릇의 어둠을 지상에서 말소시키는 작업이다. 무한의 그릇은 밥과 국물을 품다가, 결국 버려질 것들만 남긴다. 그래서 애벌의 그릇을 남겨둬서는 안 된다. 귀찮아서 설거지를 미루면, 질량불변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누군가 먹으면 누군가는 치워야한다. 그런데 대부분 먹는 자는 불량한 정치요, 치우는 자는 불쌍한 국민들이다.
▶흠이 나지 않게 세상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인생에 깊은 슬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슬픈 주파수를 보낸다. 씻는 사람과 씻어야 할 사람은 분명치 않지만, 씻지 않으면 썩는다. 결점은 닦는 게 아니라, 도려내는 것이다. 자국처럼 박혀있기 때문이다. 설거지는 세척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정리다. 그런데 싸놓고 치우지 않는 작자들 천지다. 그들에게는 접두사 ‘개’를 붙인다. 개는 치우지도 않을뿐더러 먹기도 한다.(식분증) 오염된 세상을 반지르르하게 닦고자 한다면, 먼저 본인의 그릇을 닦는 게 순서다. 새벽녘, 설거지를 끝내며 오사바사한 어둠을 삼킨다. 언젠가, 개수대에도 꽃은 필 것이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