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해병대캠프 참사 2주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오열

공주사대부고 ‘해병대 캠프’ 희생 학생 2주기 추모식 18일 학교 주관으로 열려… 유족들 “아이들 잊지 않아줘서 감사”

2015-07-19     오정환 기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우리의 시계는 여전히 2년 전에 멈춰 있단다.”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가 숨진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2주기 추모식이 18일 모교에서 열렸다.

학교에서 주관한 추모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희생 학생 동기들과 후배, 학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추모 동영상 상영, 추모사와 추모의 글 낭독, 유족 인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유족들은 인사말에서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일 것"이라며 “잊지 않고 아이들의 희생을 기억해주는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고 이병학 군의 아버지 이후식 씨는 "정부와 학교 등의 총체적 부실에 따른 인재였다. 사고 책임자들의 위선이 만신창이 된 유가족의 슬픔을 더욱 깊게 했고, 안전불감증은 그대로여서 세월호를 다시 겪었다"며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 학생은 추모사를 통해 "학교에 입학해 4개월 만에 맞은 형들의 사고는 죽음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바로 곁에 다가온 사고였다"며 "유가족이 호소하고 피눈물 흘려도 달라지는 게 없었고 세월호 참사에서는 누구보다 더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지고 귀 기울이는 사람이 돼 대한민국을 이끌겠다. 형들의 희생이 진정한 희생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영이 교장은 "세월이 지날수록 기억이 뚜렷해지고 그리움은 깊어지고 있다. 매년 오늘은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음을 되새기는 날이며, 그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마음에서 친구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을 비롯한 추모식 참석자들은 희생 학생들이 함께 안장된 천안공원묘원도 찾아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지난 2013년 7월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항 인근에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사설 해병대 캠프 훈련 도중 실종됐다가 바닷속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직전 학생들은 자격 없는 캠프 교관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바다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책임자들은 재판을 통해 수상레저안전법 위반죄와 업무상 과실치사죄 등으로 징역 6월 또는 금고 1년~2년 6월 형을 각각 선고받았지만, '솜방망이 처벌' 논란으로 유족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공주=오정환 기자 jhoh5882@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