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한 아이가 되도록 돕는 게 어른의 몫

[화요글밭]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

2015-05-11     충청투데이
여성가족부가 ‘2015 청소년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다름 아닌 그래프였다. 1978년 총인구에서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36.9%로 인구 3명 중 1명이었다. 2015년에는 19.0%로 5명 중 1명, 2060년엔 10명 중 1명으로 내려간다.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져올 암울한 미래, 최우선 정책과제가 아이 낳아 기르고 싶은 도시 만들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청소년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래서 결혼과 출산이 늘어난다면 2060년도 인구그래프는 바뀌지 않을까란 희망을 가져본다.

그럼 청소년 통계가 보여주는 아이들의 생각과 생활을 들여다보자. 먼저 결혼에 대해 56.8%가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93.5%가 '남자와 여자는 모든 면에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양성평등 의식을 가지고 있다. 또 '모든 사람은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인권의식이 93.4%, '청소년도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비중도 80%를 넘었다. 이에 반해 30.2%만이 '결정능력이 부족해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생각에 따라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어려보이지만 청소년들도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와 친한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했었다. "지금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사회가 훗날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믿습니다. 아이들이 가치관을 정립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일 것입니다."

그럼 우리 아이들의 생활은 어떨까? 이미 아픔을 겪은 분들의 상처를 들출까봐 몹시 조심스럽지만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역시 자살이다. 2013년 기준으로 10만명 당 7.8명 꼴이다. 13~19세 아이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또한 '성적과 적성을 포함한 공부'(49.5%)였으며, 자살충동 원인 1위도 '성적 및 진학문제(39.3%)다.

이와 연결된 학교생활 만족도는 어떨까?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교우관계 만족도'가 71.2%로 가장 높고 '소질과 적성개발'이 34.3%로 가장 낮았다. 지난 1년간 직업·진로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학생도 절반을 넘었다.

어느 진로담당교사의 이야기를 옮기자면 진로지도란 아이가 죽을 때까지 자기 인생을 스스로 이끌어가며, 행복한 사람으로서 삶을 영위할 수 있게끔 필요한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다. 즉 부모나 선생님의 기준이 아닌 아이와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가 기준이 돼야 한다. 스스로가 행복한 일을 찾으면 공부는 저절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급박한 경쟁사회에서 어렵겠지만, 먼저 아이들에게 '천천히 살 권리'를 줬으면 좋겠다. 천천히 꽃도 보고, 이웃도 보고, 여행도 하고, 책도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하는 습관을 지닌 아이들은 어떤 역경이 닥쳐도 지혜롭게 해쳐나가는 힘 또한 가지게 된다.

"저 이런 일을 해보고 싶어요"란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진정한 어른의 몫인 것 같다. 스스로 행복을 향해 가는 아이들이 가득한 미래라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고 싶을 것이며, 우리 사회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가정의 달 5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