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합에 막걸리… 코끝 찡하도록 후련한 그맛
[권기자의 추천맛집]대전 ‘섬마을 홍어아가씨’
2010-01-07 권도연 기자
입안에 넣으면 목구멍이 후끈거리고 숨을 쉴 때마다 지릿하고 매운 냄새가 코끝을 감도는 홍어. 그 홍어가 제철을 맞았다. 지금은 사계절 음식이 됐지만, 홍어는 산란기인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제맛을 낸다.
대전에서 홍어요리 전문식당의 명패를 걸고 있는 곳에서 제대로 된 홍어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섬마을 홍어아가씨’에 가볼만하다. 월평점과 가장점 두 곳의 직영점이 있는데, 월평점은 보다 고급스럽고 개별 손님을 위한 분리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선 세 가지 모두 취급하는데, 가격이 저렴한 칠레산에 이어 국내산도 많이 찾는다. 한 상 차림이 100만 원 가까이 되는 흑산도 홍어는 접대용으로 간혹 찾는 이들이 있는데, 이 경우 1주일 전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홍어 한 마리를 코스로 내놓는 특별상은 주인 박건호 씨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차림이 푸짐하다.
최근들어 해장국으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 홍어탕에 이어 새콤달콤한 홍어무침, 홍어 껍질로 만든 샐러드와 홍어만두·홍어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이 나온다.
이 집은 요리를 내놓을 때 새우젓과 깨소금 양념장을 비롯, 초고추장·고추냉이간장·된장의 세 가지 양념을 준비해 놓는다. 아직은 홍어가 낯선 손님들을 위해 생선회를 먹을 때처럼 입에 맞는 양념을 곁들여 먹으며 맛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어 묵은 김치에 촉촉하게 식힌 삶은 돼지고기, 그리고 삭힌 홍어를 얹어 먹는 ‘삼합’이 나온다. 김치와 돼지고기 맛 때문에 처음엔 홍어의 자극적인 맛이 느껴지지 않지만 다 먹은 뒤 홍어특유의 향이 입안에 남는다. 막걸리 안주에 이 이상 가는 것이 없다.
삼합까지 먹고 포만감을 느낄 때쯤 홍어의 제맛을 즐길 수 있는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암수 홍어의 성기를 비롯해, 목젖살·뱃살·눈·아가미에 이르기까지 14가지 부위별 홍어회를 한 조각씩 맛볼 수 있도록 내놓는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싱싱한 홍어에서 막꺼낸 애(간)는 우유같은 고소한 뒷맛이 인상적이고, 코는 혀끝을 톡쏘는 알싸한 맛이 압권이다.
박 사장은 “홍어는 스무 번 쯤은 씹어야 코끝이 싸해지는 알싸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처음 먹을 때는 지리고 매운 냄새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 일단 맛을 들이면 꼭 다시 찾게되는 중독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영상=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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