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대한민국에 간디는 없는가
2009-06-07 충청투데이
메가케로스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도 유난히 싸움을 좋아하는 것 같다.
도산 안창호(安昌浩) 선생이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거리를 지나다 같은 한국사람 둘이 서로 엉겨 싸우는 모습을 발견했다. 머리는 상투를 하고 있었고 얼굴은 코피가 터져 엉망이었으나 미국인들은 그들의 싸움을 호기심있게 구경하고 있었다. 안창호 선생은 그들 속에 뛰어들어 싸움을 말리며 소리쳤다.
"여보시오. 나라를 잃은 부끄러운 백성이 남의 나라에까지 와서 싸움질을 하다니 이게 무슨 꼴이오."
이렇듯 한반도는 전체가 싸움판을 방불케 한다. 그래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안창호 선생 같은 지도자가 있어 싸움을 말렸지만 우리는 지금 싸움을 말릴 국민적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없다.
인도 역시 우리나라 사람처럼 영국과의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싸움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들은 다행스럽게 간디 같은 지도자가 있어 싸움을 말릴 수 있었다.
1921년 2월 인도의 '차우리 차우라'라고 하는 마을에서 폭동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경찰관에게 인도사람이 폭행을 당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경찰서를 습격하여 영국 경찰관 7명을 살해한 것. 폭동은 인도 전역으로 번져갈 기세였다. 이때 간디가 나섰다. '싸움을 멈춰라' 그러자 인도 사람들은 도대체 간디는 영국편인가, 인도편인가 하고 당황했다. 그러나 간디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여 선동을 했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돼 영국이 무력을 사용할 구실을 주었을 것이다.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불러오고 그것이 영국이 노리는 함정이었으니까….
결국 인도 국민들은 간디의 비폭력운동을 받아들였고 그것은 인도의 독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왜 우리는 싸움을 말릴 간디 같은 지도자, 국민적 존경을 받는 지도자가 없는가? 가슴이 답답하고 마냥 이렇게 싸움판을 즐기다가 '메가케로스' 같은 운명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