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대로 된 평가 기준 마련해야
사설
2025-11-23 충청투데이
인구 감소로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은 자치단체 지원을 위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도입 5년을 맞았다. 연간 1조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그 성적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기금 집행률이 100%에 달하는 지역은 오히려 인구가 줄고, 집행률이 0.5%에 불과한 곳이 인구가 증가하는 역설이 반복 중이다.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기금이 실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닌 지방소멸에 대응한다는 정책적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근본적 원인은 평가 체계로 지목된다. 지난 5년간 평가 항목 명칭이 여러 차례 바뀌었으나, 핵심 구조는 5년간 변하지 않았다. 전체 배점의 80%가 투자계획서의 완성도에 좌지우지 되고, 실제 인구 유입이나 청년 정착, 출산율 변화 등 기금의 핵심 목적과 직결되는 정량지표는 7%에 불과하다. 집행률 중심 평가는 더욱 심각한 왜곡을 낳는다.
광역자치단체가 기초단체로 예산을 내려보내거나 기초단체가 사업 기관 등에 일시 지급만 해도 집행률은 순식간에 오른다. 실제 사업들이 주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평가하지 않는다. 결국 자치단체들은 잘 만들어진 계획서와 빠른 집행이란 형식적 절차에만 몰두할 뿐이다. 문화·관광·정주환경 사업 비중은 높지만, 정작 인구 재생산의 핵심인 교육·보육·의료·주거 사업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학계에서도 SOC 중심 투자는 인구 증가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20년간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로 수십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지고 지방은 더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이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법의 문제임을 증명한다. 결국 지역맞춤형 실제 데이터 기반 지표 개발, 광역-기초 간 협력체계 구축, 정주여건 종합평가 체계로의 전환, 사업 타당성에 대한 엄격한 사전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관행적이고 면피용 행정에 안주해선 안 된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 후 명확한 실적 및 사업 평가를 통해 국민 혈세가 허투루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계획서 품질이 아니라 인구 변화를, 집행 속도가 아닌 실제 주민 삶 개선이란 실질적 평가 체계로 바꿔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