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평] 사람을 위한 디지털과 사이버학습

이동진 건양사이버대학교 총장

2025-11-20     충청투데이

사람을 위한 디지털과 사이버학습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이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TV 속에서 이런 문구가 흘러나왔다. “Digital Yours”‘당신을 위한 디지털’ 이 말에 분명한 뜻이 담겨있다.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각자에게 맞춘 경험을 선물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 문장은 이제 우리 교육에도 그대로 묻는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는 디지털 교육은 정말 사람을 향해 있는가.

AI, 메타버스, 초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학습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이쯤에서 숨 한번 고르며 이 변화의 중심에 정말 사람이 서 있는지, 아니면 화려한 기술을 위해 사람이 조용히 뒷자리에 물러난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요즘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는 숨이 찰 정도다. AI가 시험 문제를 만들고,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다음 강의를 추천한다. 메타버스 교실에서는 책 대신 아바타가 열심히 공부하고, 시간과 공간의 벽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분명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이상한 피로를 느낀다. 알림이 내 하루를 잘게 쪼개고, 플랫폼이 공부하는 시간과 방식을 대신 정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이 배움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건 과연 나인가, 화면 저편의 기술인가.

사람이 빠진 디지털은 속도만 남은 빈 껍데기다. 사람이 디지털을 조절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세상은 건강해진다. 이 물음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사이버학습이다. 사이버학습은 디지털 기술이 만든 대표적인 학습 공간이다. 야근을 마친 밤이든, 이른 새벽이든, 접속만 하면 강의는 같은 자리에 있다. 표면만 보면 기술이 학습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동으로 재생되는 강의, 퍼센트로 표시되는 진도율, 정해진 기한에 맞춰 울리는 과제 알림까지. 그러나 사이버학습의 진짜 힘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선택에 있다. 오늘은 얼마나 들을지, 어디까지 집중할지, 지금은 멈추고 내일 다시 들을지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학습자다. 이쯤에서 디지털에 대한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디지털은 사람을 위한 디지털이어야 한다. 더 빠르고 더 똑똑할 수는 있지만, 왜 배우고 싶은지 스스로 묻는 마음, 포기하고 싶을 때 “그래도 한 번 더 해보자”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의지, 배운 것을 삶과 연결하며 조용히 의미를 찾는 과정은 결코 기술이 대신할 수 없다.

긴 하루를 마치고 귀가한 성인학습자가 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이버강의를 듣고, 마지막 강의를 끝낸 뒤 조용히 로그아웃 버튼을 누른다. 알림은 여전히 반짝이지만, 그는 서둘러 다음 강의를 틀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속도는 내가 정한다. 디지털은 나를 대신 살아주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더 잘 살아가도록 돕는 동반자다.” 그 작은 결심 속에 디지털의 자리가 분명해진다. Digital Yours. 디지털은 세상을 압도하는 힘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곁에 서서 그 성장을 돕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말할 수 있다. 이 세상의 디지털은 우리의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