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삶] 김장이야기
이윤호 충청대 호텔조리파티쉐과 교수
2025-11-20 충청투데이
우리나라 김장 김치 문화는 채소 구하기 어려운 겨울에 먹기 위해 소금이나 장에 절여서 보관하던 것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김치 역사 출발점은 김장과 같다. 고려시대 기록에 따르면 ‘무는 장을 곁들이면 여름철 석 달간 먹기 좋고 소금에 절여 아홉 달 겨울을 대비했다’는 내용이 있다.
김장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계절에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미리 장만해야 했다. 봄철이면 각 가정은 새우·멸치 등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켯고, 늦여름에는 빨간 고추를 말려서 가루로 빻아 둔다. 늦가을에 주부들은 날씨를 고려해 김장에 알맞은 날짜를 정한다.
김장은 배추를 절였다가 씻어서 물기 빼기, 부재료인 채소와 양념을 썰거나 찧기, 젓갈과 양념에 버무려서 배추 속에 넣은 뒤 저장용기에 담기까지 세 단계로 이뤄진다. 김장의 양과 참여 인원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다소 다르지만 최소 이틀은 걸리는 대작업이다. 그에 따라 가족과 이웃들이 돌아가며 일손을 거들게 된다. 이때 김장 노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담근 김치를 나눠 주는 것은 풍습으로 정착됐다.
김치를 맛있게 만드는 노하우도 한두 번의 참여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여러 차례 반복을 통해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 그런데 서양식의 유입이나 외식산업 및 대체식품 발달, 식구 감소 등으로 김치 소비량이 줄다 보니 김장양도 줄어들고 있다. 그로 인해 김치 제조 노하우 부족, 노동 참여자 부족, 체험과의 병행 욕구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김장 풍속이 생겨나고 있다.
김장은 자체로 문화가 됐다. 2013년 12월 ‘김치와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가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선정됐다. 2017년 11월 15일 ‘김치담그기’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됐다. 김치담그기가 지역·사회·경제 차이를 넘어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가족의 일상 속에서 여러 세대에 전승되며 반복해서 행해지고 있는 생활관습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과거 김장공동체끼리 김치를 나누던 미풍을 살려 오늘날에는 김장철마다 지역사회, 자원봉사 단체, 기타 집단이 참여하는 대규모 김장 행사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서 담근 김치는 사회 약자층에게 기증된다. 이러한 행사는 확장된 형태의 김장공동체 문화라 할 수 있다. 2015년에는 북한의 김장문화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김치가 분단된 한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음식문화라는 점을 복기시켜 준다, 대한민국의 김장문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시작이라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