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꽃시단] 아령 또는 우리의 왕
김분홍(1963~ )
2025-11-18 충청투데이
이것은 두 짝, 권력에 관한 보고서이다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당신은 스킨십을 좋아해
자르려는 자와 붙어 있으려는 자의 대립으로 각을 세우고
같은 말을 쫑알대는 손가락에 권력이 붙는다
살을 섞으며, 당신을 사랑했다
같은 동작을 세뇌시키는 당신은
뼈대만 남은 마지막 자존심
당신의 부름에 암묵적으로 동조한다
12월의 볼륨까지는 고백이 필요하다
당신의 몸에서 땀방울이 떠나고 있다
권력의 잔고가 쌓인다
가슴에 왕을 만들 때까지 밥그릇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아령을 찌그러뜨리며 근로자들이 첨탑 농성을 하고 있다
아령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우리의 왕
당신의 권력에 군살 한 근 붙지 않는다
우리의 왕은 오늘도 아령 두 짝을 들고 번갈아 가면서 팔운동을 하고 있다. 팔이 올라가면 아령에 붙어 있던 자들이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친다. 가까스로 살아남아 잠시의 여유를 누리다 다시 팔에 들린 아령이 올라가면 몸을 주체하기 힘들어하는 반복이 유지된다. 그래. 그렇게 쉬지 않고 반복되며 아령의 운동이 이어지는 동안. 그 사이 우리의 왕은 가슴에 왕자가 새겨질 때까지 타협하지 않는다. 이 시는 신춘문예 등단작으로 심사위원들은 명징한 현실 인식과 날렵한 진술이 오히려 알레고리를 중층적으로 해석하는 힘이 된다고 했다. 또 현실에 대해 집요한 관심을 잃지 않는다는 호평도 들었다.
이 시는 ‘아령=권력’이라는 전제로 시작한다. 권력의 속성을 아령과 살을 빼는 모습으로 비유한다. 왕은 권력의 맛에 길들어 있다. 그는 아령을 들었다 놨다 반복하며 스킨십을 좋아한다. 그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자르려는 속성을 고집한다. 그래서 붙어 있으려는 자들은 뼈만 남은 자존심으로 왕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 만일 왕으로 군림하는 그대가 군살 하나 없는 몸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린다면 그건 바로 근로자들의 피와 땀인 셈이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