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반의 기적…‘단 한 명의 시민’을 지켜낸 사람들

밀려오는 추위 속 홀로 방황하던 시각장애 여성을 지켜낸 17초의 결정 논산 CCTV 관제요원과 경찰의 긴밀한 공조가 만든 한 생명의 귀가

2025-11-18     김흥준 기자
▲논산경찰서 유동하 서장이 논산시 CCTV 관제요원 주모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새벽에도 시민 안전을 위해 헌신한 관제요원의 노고를 인정하는 순간이다.
▲논산경찰서 유동하 서장이 논산시 CCTV 관제 요원 주모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격려하는 모습. 시민 안전을 위해 새벽에도 한 치의 긴장을 놓치지 않은 관제요원의 헌신을 기념했다.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새벽 2시 30분.

도시는 잠들었지만 논산시 CCTV 통합관제센터의 모니터만은 깊은 긴장 속에서 깨어 있었다. 화면 속 한 골목을 포착한 순간, 주모 관제요원의 시선이 멈췄다. 추위가 매서운 한겨울 밤, 나시 차림의 고령 여성이 홀로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 그 모습은 단순한 길 잃음이 아니었다. 어딘가 위태롭고, 불안했다. 그녀가 가진 이름도, 사연도 알 수 없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주 요원은 주저하지 않았다. 112.

전달된 내용은 간결했지만 정확했다. 인상착의, 현재 위치, 이동 동선, 주변 환경 위험 요인.

신고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길을 잃은 이가 혹시라도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신호가 이어지자마자 논산경찰이 움직였다.

112치안종합상황실은 관제센터로부터 유입되는 정보에 실시간으로 대응했고, 출동 경찰관은 사각지대를 피해 여성이 지나갈 가능성이 있는 길을 좇았다.

그리고 마침내…차가운 공기 속에서 힘없이 서 있던 요구조자를 발견했다. 시각장애 2급. 추위와 공포 속에서 혼자 헤매던 시간은 길었지만, 다행히 위기는 그 지점을 넘지 않았다. 경찰은 떨고 있던 여성을 보호했고, 연락 받은 가족 품으로 무사히 인계될 수 있었다.

그 새벽의 장면을 지켜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집중과 신속한 판단이 한 생명을 지켜냈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 말했지만,

만약 ‘그 한 사람’이 화면에서 스쳐 지나갔다면,

만약 ‘조금의 주저’가 있었다면, 그날 이야기는 전혀 다른 결말이었을지 모른다.

18일, 논산경찰서는 CCTV 관제요원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겉으로 보기엔 짧은 행사가 끝난 순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경찰과 관제센터가 함께 단 한 명의 시민을 지켜낸 기록과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유동하 논산경찰서장은 “이번 사례는 경찰과 관제센터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할 때 시민의 안전이 어떻게 지켜지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의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논산시는 관제센터를 단순한 영상 감시 기관으로 보지 않는다.

사람을 지키는 곳.

생명을 살피는 곳.

도시가 시민을 향해 눈을 뜨고 있는 곳.

논산시 관계자는 “관제요원들의 단 한 번의 관찰이 실종을 막고, 사고를 막고, 생명을 지키는 순간이 될 수 있다”며 “전문성 강화와 경찰과의 협력 체계 고도화를 통해 더욱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날 새벽, 차가운 거리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떠돌던 한 시민.

그리고 그를 지켜낸 단 한 명의 관제요원, 그리고 경찰.

누군가에겐 작고 평범한 장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한 사람의 귀가를 지켜냈다는 사실 —

바로 그것이 도시가 시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안전이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