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번역된 정신 질환…보이지 않는 고통을 시각화하다
스페인문화원과 협업,아이노아 마르티네스 작가 검은실의 우울증 행위로 표현 관객 호기심 끌어
[충청투데이 윤경식 기자] 스페인출신 다학제 예술가 아이노아 마르티네스(Ainhoa Martinez)의 작품이 정신건강을 둘러싼 사회적 규정과 고정관념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이노아 마르티네스는 스페인 세르반테스 문화원과의 협업으로 이번 대전 K-아트페어에 참가했다.
9년 전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온 그는 한국에서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넓혀 나가고 있다.
아이노아 마르티네스는 이번 아트페어에서 과학적 미감을 지니고 관객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해석적인 서사로 구축하고 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고통을 시각화한 작품은 보는 이에게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과 공존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정을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출발한다.
고통과 같은 추상적 개념은 그림으로 표현되고 이를 이해하기 위한 행위는 연구와 같은 은유적인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캔버스에 검은 실을 꿰어 표현한 우울증은 그 사람의 고통을 볼 수 있음에도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는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 코드인 ICD-10에서 이름을 따온 F.32.3 #1, F.32.3 #4 등의 작품은 그가 보아온 정신질환의 다양한 모습을 현미경 슬라이드에 담았다.
실제 현미경을 통해 슬라이드를 들여다볼 때 관객들은 작품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관찰-이해-자기성찰의 과정에 들어선다.
아이노아 마르티네스는 “이번 아트페어는 창작적으로 나 자신을 더 밀어붙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대전지역 관객들의 관심사 등을 직접 이해할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다가가고 이를 통해 치유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윤경식 기자 ksyoon1102@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