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청양에서 논어가 꽃피다

이상영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2025-11-12     충청투데이

충남 청양군의 한적한 밤. 대부분의 마을이 잠에 들 시간, 그러나 어느 한 공간에서는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 중장년층 주민들이 『논어』의 한 구절, 한 문장을 두고 진지하게 토론을 이어간다. 누군가는 뜻을 묻고, 또 누군가는 고전 속 지혜를 오늘의 삶과 공동체에 비추어 설명한다. 이들은 수년째 매주 밤을 지키며 묵묵히 배움을 이어오고 있다. 바로 청양에서 펼쳐지고 있는 야간 논어 공부 모임, 「손세제 철학박사가 이끄는 인문학 ‘논어 이야기’, 그리고 김영희 강사가 진행하는 ‘논어 Study’」이다.

흔히 "논어는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청양의 학습자들은 그 벽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공자의 말은 단순히 옛 성인의 문장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마음공부, 공동체의 품성을 길러 주는 살아 있는 삶의 교과서임을 깨닫고 있다."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군자는 누구와도 두루 어울리되 편을 가르지 않으며, 소인은 편을 가르고 두루 어울리지 못한다)".이런 구절이 지금 시대에도 뚜렷한 울림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움 앞에서는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청양의 중장년층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낮에는 농사 일을 하고 피곤한 몸으로 심야 공부가 이어지는 이유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다. 함께 토론하고 해석하며 서로의 삶을 비추는 과정 속에서, 참여자들은 성찰과 위안, 연대감을 얻는다. "배움은 사람을 겸손하게 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한다"는 고전의 가르침이 실제 삶 속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마을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배움에 대한 존중, 서로에 대한 배려, 마음 공부의 문화가 마을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이처럼 청양은 농촌 지역이지만 결코 문화와 배움의 변두리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본질적인 배움, 즉 사람다움의 학문을 탐구하는 가장 따뜻한 현장이다. 화려한 강의실도, 거대한 시설도 없지만, 하루 일을 마친 주민들이 책을 들고 조용히 자리를 채우는 꾸준함이 지역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 과정 속에서 "청양은 선비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이 다시 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학생들까지 이 배움의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요즘 학생들은 문제풀이에만 집중한 채 ‘왜 배우는지’ ‘어디에 쓰이는지’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점수는 높지만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들 역시 교육과 강의를 들어도 업무 개선이나 기획으로 이어지지 않아, 지식은 쌓였지만 변화는 없는 현실을 종종 경험한다.

표의문자인 한자는 복잡한 개념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배움의 깊이를 키우는 훌륭한 수단이다. 그래서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스스로 생각하고 길을 찾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한자 교육에 노력하고 있다.

‘논어가 꽃핀다’는 말은 단순히 공부가 이루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마음이 자라고, 관계가 깊어지고, 마을이 함께 성장한다는 상징이다. 고전의 향기가 청양의 밤을 밝히고 있다. 이 작은 불빛이 오래도록 꺼지지 않기를, 더 많은 이들이 이 아름다운 배움의 길에 함께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