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하천 13년 만의 대대적 준설…재해 ‘제로 도시’ 대전 만든다
지난해 갑천·유등천·대전천 준설 착수 주택 밀집지와 연결돼 있어 매년 피해 예산 선제 확보 재해 예방 속도전 돌입 수질 개선·악취 저감·친수 공간 확대 치수 안전·생활 환경 개선 동시 달성 전민동·한남대교 등 21구간 추가 정비 퇴적토 제거… 내년 우기 전까지 완료 준설 효과 검증·생태계 모니터링 병행
[충청투데이 조사무엘 기자] 기후위기의 시대, 예측 불가능한 폭우는 매년 도시의 안전을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특히 대전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국가 3대 하천(갑천·유등천·대전천)이 생활·산업시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하천 관리의 성패가 곧 시민 안전으로 직결된다.
대전시는 지난해 대대적인 하천 준설에 착수해 우기 전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 결과, 300㎜에 육박한 집중호우에도 홍수 피해 ‘제로’를 달성하며 행정력의 힘을 입증했다.
◆ 반복된 수해에서 배운 교훈, 13년 만의 대대적 준설
대전의 하천 정비사업은 단순한 유지보수를 넘어 생명과 직결된 재해예방 사업이다.
대전 도심을 관통하는 갑천·유등천·대전천 등 3대 국가하천은 산업단지와 주택 밀집지와 인접해 있다.
더불어 옥녀봉과 만년·갑천·문예·엑스포(갑천), 오량·도마·삼천(유등천), 중촌(대전천) 등 지하차도 9개소가 하천과 맞닿아 있고, 지역 내 주요 산업단지들도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 집중호우 때마다 피해 위험 지역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서구 용촌·봉곡동 제방이 유실되며 34세대 6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농경지 19만 6000㎡가 침수됐다.
또 갑천 습지보호지역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고, 8개 교량이 전면 통제되면서 도심 교통도 마비됐다.
2020년 정림동 일대 침수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사례까지 더하면, 하천 정비의 필요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시는 하상고 상승으로 하천의 흐름이 좁아진 점을 원인으로 보고, 하천 바닥을 낮추고 퇴적토를 제거해 통수단면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시는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 등 관계기관과 수차례 협의를 거쳤으며, 지난해 9월에는 3대 국가하천 유지관리계획을 확정하고 자체 설계를 완료한 뒤 본격적인 정비공사에 착수했다.
같은해 원촌교 지점과 하류 지점 3.5㎞에서 퇴적토 12만 8000㎥를 우선 제거한 결과, 원촌교 지점의 수위는 0.75m, 하류 지점의 수위는 0.63m 하락했다.
수치로 입증된 정비 효과는 대전시가 전면 준설로 방향을 확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 예산 선제 확보와 동절기 착공, 속도로 완성한 재해예방 행정
시는 지난해 12월 대전 관내 3대 국가하천 일원에서 20개 공구(갑천 13개, 유등천 3개, 대전천 4개)에 걸친 2차 재해예방 정비공사에 착수했다.
총 24.5㎞ 구간에서 퇴적토 55만 2000㎥를 제거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지난해 1차 준설 3.5㎞를 포함하면 전체 준설 구간은 28㎞, 정비 물량은 68만㎥에 달한다.
문제는 시간의 압박이었다.
통상 하천 정비사업은 본예산 편성 이후 설계용역, 계약심사, 입찰공고 등 행정절차만 수개월이 소요된다.
이 경우 착공이 4~5월로 늦춰질 수밖에 없었고, 우기철과 겹치면 공사 중단이 불가피했다.
대전시는 이러한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선제 조치를 단행했다.
2024년 2회 추가경정예산에서 68억 8000만 원을 조기 확보한 뒤, 같은 해 10월 자체 설계와 계약심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이후 절차를 일원화해 12월 조기 착공에 들어가면서 예산과 행정이 함께 움직이는 ‘속도 행정’을 구현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재해예방 사업은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판단했다"며 "예산 확보와 행정절차를 병행해 조기 착공에 나선 것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300㎜ 폭우에도 홍수 피해 ‘제로’, 효과로 증명된 준설 성과
올해 장마철, 대전시는 결과로 증명했다.
지난 7월 16~19일 나흘 동안 누적 강수량 267㎜, 하루 최대 168㎜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하천 범람이나 교량 통제, 제방 유실 등 대규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나무 전도나 도로 파손 등 경미한 사례만 있었을 뿐, 홍수특보 역시 단 한 건도 발령되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복수교·만년교·인창교·원촌교 일대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던 점과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통수단면 확보뿐 아니라 수질 개선, 악취 저감, 친수공간 확대 등 부수적 효과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치수 안전과 생활환경 개선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다.
◆ 지속 가능한 하천관리로, 재해 ‘제로 도시’ 향한다
시는 사업 종료 이후에도 하천별 퇴적 위치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시 부분 준설을 시행하는 상시 관리체계를 마련했다.
또 2026년부터는 금강환경유역청이 잔여 34.8㎞(퇴적토 119만㎥) 구간을 단계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대전시는 전민동·정림동·한남대교 등 21개 구간, 총 11㎞(퇴적토 19만 5000㎥)에 대한 추가 정비를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은 2026년 우기 전까지 완료를 목표로 하며, 퇴적토 약 19만 5000㎥가 제거될 예정이다.
준설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생태계 모니터링도 병행된다.
하천의 수리·수문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퇴적 구간을 정기 점검하고, 법정 보호종 서식지 영향 평가도 함께 실시한다.
환경부 역시 대전시의 치수 안전성 강화 방안에 공감하며, 3대 국가하천의 퇴적토 정비와 준설계획 반영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회신한 바 있다.
대전시는 중장기적으로 치수(治水)와 친수(親水), 그리고 환경 관리가 조화를 이루는 통합 하천관리체계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천 정비가 단순한 재해예방을 넘어 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 환경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올해 초 열심히 3대 하천 준설사업을 진행한 덕분에 폭우에도 물이 금강으로 원활히 빠져나갔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재해 예방형 하천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