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법 현수막 철거, 표현의 자유가 아닌 공공질서의 문제다

2025-11-12     김흥준 기자
김흥준 논산·계룡 담당 국장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대전지방법원이 최근 양촌주민대책위원회 등이 제기한 ‘집회현수막 철거 명령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논산시가 시행한 불법 현수막 철거 명령이 관련 법령과 조례에 따른 정당하고 적법한 행정처분임을 명확히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권이 ‘집회’를 빌미로 한 무질서한 현수막 게시 행태에 단호히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다.

양촌주민대책위원회는 KDI 방산공장 입주 반대를 내세워 1년 넘게 시청과 양촌면 일대 도로변에 ‘집회현수막’을 내걸어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집회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

트랙터와 차량을 세워두고 확성기로 음성을 틀며, 현수막을 내건 채 ‘집회가 지속되는 듯한’ 형식만 유지해온 것이다.

이로 인해 도시 미관이 훼손되고 시민 생활환경이 침해된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논산시는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 등 관리 조례’를 개정해 집회현수막은 실제 집회 기간에만 표시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이후 15차례 이행명령과 20건의 행정처분을 통해 총 349장의 불법 현수막을 철거했다.

철거 이후에도 보관·회수 절차를 반복하며 적법한 행정 절차를 밟았다.

그럼에도 원고 측은 “조례가 상위법에 위반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조례가 옥외광고물법의 위임 범위 내에서 제정된 합법적 규정이라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장기간 실질적 집회 없이 현수막을 상시 게시한 점, 논산시가 정당한 절차를 거친 점, 그리고 해당 현수막이 도시 미관과 생활환경을 저해한 점을 종합해 철거 명령의 필요성과 공익성을 인정했다.

집회가 종료된 후에도 현수막을 계속 게시하는 행위는 옥외광고물법 제8조와 제10조를 위반하는 불법행위이며, 시의 철거 명령은 공공의 질서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지역의 현수막 철거 문제를 넘어, 표현의 자유와 공공질서의 경계를 분명히 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지만, 그것이 도시공간을 점령하거나 생활환경을 침해하는 형태로 변질될 때, 행정은 이를 바로잡을 책임이 있다.

‘자유’는 무질서의 방패가 될 수 없으며, 법과 조례는 사회적 합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논산시의 이번 대응은 행정이 ‘기다리는 행정’에서 ‘행동하는 행정’으로 전환된 사례다.

무분별한 현수막 게시가 일상이 된 현실 속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시의 단호한 조치는 시민의 삶의 질을 지키는 일이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공공질서와 도시 품격을 훼손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맞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책무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