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꽃시단] 토마토에 관한 몇 편의 시들

조은길(1955 ~ )

2025-11-11     충청투데이
▲ Gemini AI 생성 이미지

자연 시간에 살짝 존 시인과 살짝 안 존 시인이 잘 익은 토마토를 앞에 놓고 채소다 과일이다 실랑이가 벌어졌다

살짝 존 시인이 모양새로 보나 빛깔로 보나 토마토는 과일이다 우기고

살짝 안 존 시인은 토마토는 채소다 분명히 자연 시간에 배웠다 우기고


급기야 백과사전을 펼치고 그들에게 씹혀 형색이 모호해진 토마토는 다시 백과사전 티읕 줄 토 자로 돌아가서

토마토: 가짓과에 속한 한해살이 채소.

키는 1미터이고 잎은 깃 모양으로 겹잎이 어긋나며 여름에 노란 꽃이 잎겨드랑이에 열린다.

동글동글한 열매가 붉게 익는데 이 열매는 90퍼센트가 수분이며 카로틴과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어 널리 식용된다. 남아메리카 열대 원산으로 흔히 밭에서 재배함.

눈으로 보고도 납득이 안 가는 살짝 존 시인이 백과사전을 덮고 잘 익은 토마토를 바라보며 토마토에 관한 통속시를 다시 쓴다

토마토: 겉과 속의 색깔이 같다

단맛은 적고 향기도 미약하다

물을 몹시 좋아하여 물이 없으면 죽는다

독성이 없어 사람이나 짐승이 먹어도 된다

먹으면 배가 부르고 힘이 난다.


이 시를 읽고 나니 의문이 든다. 이 무슨 의미일까. 그렇게, 모든 시에는 공백(Blank)과 틈(Gap)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결국 독자인 내가 채워야 할 몫이다. 어디에도 답은 없다. 내가 그 답을 찾고 채워 넣어서 의미를 새겨야 한다. 이렇게 모든 독자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내가 주체적인 독자가 되어 그 의미를 새겨야만 하는 게 문학이다. 문학이라는 감나무 아래 그냥 떨어지는 홍시는 없다. 시 앞에서 단지 귀를 열고 들으려 하면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왜냐. 모든 독자는 홀로 시집을 펴고 그 시를 혼자 읽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 시는 두 가지 관점으로 접근해본다. 하나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은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려 한다. 사실에 기반해야만 우리는 진실로 나아갈 수가 있다. 살짝 존 시인은 사실을 잘 못 파악하다 보니 진실에 이르지 못하는 것. 그래서 토마토에 관한 몇 편의 시들은 다 깊이(진실)에 이르지 못하고, 주변(사실)을 맴돌 뿐이다. 그래서 자기모순이나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다. 또한 감정으로 고집스레 자기 주장을 펴고 합리화하다 보니 자기 함정에 빠진다는 것. 나는 이렇게 이 시를 읽는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