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주고 비워주는 항아리처럼…우리는 ‘가족’
[사랑해孝사진관] ⑨ 삼대가 한집에...라영태·송영숙 가족 집에 92세 어르신 계시니 늘 안정된 마음 손주들 군대·기숙사 생활땐 분위기 달라 가족 모두 함께 있어야 집안 꽉 찬 느낌 도예가 부부, 꾸준히 전시회 열며 활동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의미 담긴 작품 가족을 대하는 마음과도 닮아 있어 눈길
[충청투데이 최소리·김다영 기자] 충청투데이는 효문화를 전국에 전파하는 한국효문화진흥원과 함께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받아 ‘2025 지역공동체활성화사업’ 편집EDTion:사랑해孝사진관을 진행한다. 이 사업은 총 10팀의 가족을 선정하여 사라져가는 효 문화를 되새기고 가족들의 사연을 통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주고자 기획됐다. 더불어 신문을 편집하는 통찰력있는 편집기자의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보며 역할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취재, 편집까지 아우르는 멀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편집EDTion:사랑해孝사진관’ 아홉번째 주인공으로 도예가 가족 라영태, 송영숙 씨 가족을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92세의 어머니 안상임 옹, 아들 라영태 씨(60세, 도예가), 며느리 송영숙 씨(57세, 도예가), 그리고 21세 쌍둥이 손주 라유진, 라유민. 삼대가 한집에 모여 사는 가족의 일상은 여느 집보다 풍요롭고 넉넉하다. 특히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신 안상임 옹이 늘 자리를 지키고 계시기에, 도예가 라영태 씨는 "대가족이 아닌 채로 살아본 적이 없어 어떤 것이 장점이라고 꼭 찝어 말하긴 어렵지만 어머니가 늘 집에 계시니 집안에 안정이 되고 안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라영태 씨 가족은 쌍둥이 손주들이 있을 때와 자리를 비울 때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아들은 군대에 입대했고 딸은 타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며 기숙사 생활을 해 잠시 떨어져있던 시간이 있었다. 어머니 송영숙 씨는 "아들과 딸이 나갔다 오면 집안이 그제야 꽉 찬 느낌이 든다"며 "군대에 있을때나, 학교에 있을 때는 집안 분위기가 허전하고 비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라영태 씨도 형제가 4형제이기에 명절때도 집안이 더 북적거린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며 정이 깊에 쌓이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객지 생활을 하는 자녀들은 집밥과 가족의 따뜻함이 가장 그립다고 했다. 딸 라유진 씨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편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그리움이 더 컸다고. 어머니 송영숙 씨 역시 딸이 곁에 없으니 허전해 하루에 한 번씩 꼭 전화하며 딸의 안부를 챙겼다고 한다.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 딸은 지금도 멀리서 부모님 걱정을 놓지 않는다. 특히 약을 챙겨 드시지 않을까 늘 걱정하며 티는 내지 않지만 부모님을 챙긴다.
도예가 부부인 라영태, 송영숙 씨는 꾸준하게 전시회를 열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부에게 작품 활동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지 묻자 "단순한 기술이나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철학적인 의미와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영태 씨는 "최근 전시 작품 중에 ‘항아리 백자’를 반반 만들어 붙인 ‘짝 항아리’가 있었다"며 "이 항아리에 보이지 않는 작품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아리는 속이 비어있어 꿈도, 소망도, 바람도 담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살면서 겪는 스트레스나 안 좋은 기억, 나쁜 것을 담았다가 비워내는 역할도 의미가 크다"며 "작품을 집안에 놨을 때 분위기를 좋게 하고, 보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며, 내 옆에 있어 마음의 풍요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제가 원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영태 씨는 이번 사진 촬영을 통해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어머니는 평생을 가족을 위해 애를 써오셨고, 저희 삶에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이 되어주셨다"며 "어머니가 하고 싶으신 것, 드시고 싶으신 것을 저희에게 잘 말씀하지 않으시는데, 이제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저희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자주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효심이 가득 담긴 당부도 잊지 않았다. "힘에 부치는 일은 자제하시고, 현재의 신체 활동 조건에 맞는 운동 정도를 유지하시면서 지금보다 더 좋은 건강을 유지하셨으면 하는 것이 저희 가족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하자 곁에 계시던 어머님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 송영숙 씨는 가족 중심에서 묵묵하게 헌신하고 있다. 라영태 씨는 그런 아내에게 "늘 고마움을 마음속에 갖고 있지만, 더 맛있는 것도 사주고 좋은 일도 많이 만들어줘야 하는데 늘 부족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마음을 드러냈다.
쌍둥이 자녀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앞으로 성장해서 바른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부모로서의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라영태 씨 가족에게 ‘효’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일상의 작은 배려, 가족 구성원이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흙 속에 철학을 담아내듯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진심을 담아내는 삶의 태도 그 자체였다. 삼대가 함께 빚어내는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시간이었다.
기사:최소리 기자·편집: 김다영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