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만 해주고 나몰라라…약속 검증 필요하다 [공약해부]

선거 200일 남았는데 평가 시작도 못해 사실상 남은 검증 가능 기간 두달 남짓 반짝심사 현실 지방의회 발전 저해 우려

2025-11-11     조사무엘 기자
국회의원 배지.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조사무엘 기자] 정당공천제 아래 치러지는 지방의원 선거는 유권자가 표를 던지는 결정적 요인으로 후보자 역량보다 ‘소속 정당’이 우선으로 여겨진다.

유권자 개인이 지방의원 후보를 평가하기보다는 정당의 ‘검증 과정’, 그리고 공천 결과에 대한 정당의 책임을 기대하는 정서가 깔려있어서다.

이로 인해 지방의원 선거 때마가 각 정당에서는 후보자 간 경쟁이 반복되는데, 문제는 본선행이 결정된 이후 지방의원에 대한 감시는 끝난다.


당의 이름을 걸고 출마할 수 있도록 공천을 줬지만 주민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더욱이 내년 6·3 지방선거가 200여일 앞으로 다가 왔지만 현역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의 평가 시스템은 가동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의 취재를 종합하면 각 정당은 지방선거 전 자당의 현역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기초자치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평가 시행 세칙’에 따라 시·도당별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본격적인 활동은 12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국민의힘은 중앙당 차원에서 선출직 공직자 평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긴 했지만, 시·도당별 세부 조직은 꾸리지도 못했다.

내년 2월 20일 예비후보 등록신청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제 검증 가능 기간은 두 달 남짓에 그치거나 그마저도 평가 없이 공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후보자의 공약을 선거 전에만 반짝 검증하는 정당의 현실은 지방의회 발전을 막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짝 심사에 그치지 않고, 임기 전반에 걸친 상시적 공약 이행 관리·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평가 제도가 조기에 마련되지 않으면 지방의회는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며 "특히 국민의힘은 아직 아무런 심사 체계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 당 간 비교조차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 결국 서류 검증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회에서의 공약 이행 여부가 공천이나 당선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며 "특히 일부 지역은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구조를 깨지 않으면 지방의회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도 "공약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이미 전담조직과 시스템이 갖춰졌어야 한다"며 "현 속도로는 의원별 공약을 검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당이 평가 기준을 만들어도 공천 과정에서 계파나 지도부의 입김에 따라 쉽게 무력화된다"며 "평가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검증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공천 제도가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