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전화 받는 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성은규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유초등교육과 주무관

2025-11-09     충청투데이

"전화 받는 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민원인과 통화 중 이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매일 수많은 전화를 받는 공무원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이 질문은 보통 두려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일반적으로 이 말 뒤로는 자연스레 불만과 항의가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여느 때와 달랐다. 이어서 들린 말은 "정말 친절하시네요"였다. 너무 친절하게 응대해줘서 이름을 듣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통화 내용은 민원인의 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담당 부서를 안내했을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날 하루는 나도 꽤 기분이 좋아졌다. 통화 이후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전화벨 소리, 통화하는 소리로 가득 찬 사무실 속에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전화를 받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억울한 사람, 화난 사람, 어려운 문제를 상담하는 사람까지. 그런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둘러보면 아무리 바빠도 전화 하나하나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해결할 수 있는 일, 답변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친절하게 답변한다. 다만 모든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전화로 화를 내는 민원인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얼마나 답답하고 실망스러울지를 생각하면 담당자의 마음도 편치 않다. 민원인의 한숨 소리, 짜증이 얼마나 오래 기억에 남는지, 해결해드리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수고가 많으시네요",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해결해드리지 못한 일이었는데도 "그래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씀해주실 때, 화가 나셨을 법한데 "담당자님도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으시겠네요"라고 이해해주실 때 우리는 다음 전화를 받을 힘을 얻는다. 그 이해와 감사의 말 한마디가 하루를 버티게 하는 연료가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 때때로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할 때도 있고, 기대했던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수화기 반대편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 역시 한계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려 애쓰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준다면, 우리의 이해가 좀 더 깊어지지 않을까.

내일도 전화벨이 울리면 전화를 걸어준 모든 사람에게 나도 먼저 진심을 담아 인사해야겠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