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세대가 아닌, 사람으로 만나는 직장
강권성 청주시 강내면행정복지센터 주민복지팀장
2025-11-06 충청투데이
‘MZ세대는 이렇다’, ‘X세대는 저렇다’ 식의 세대 구분이 요즘 직장에서 자주 들린다. 세대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시작된 말이지만, 오히려 사람 사이의 벽을 만드는 단어가 되기도 한다. 직장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곳이다. 그곳에서 세대 구분은 때때로 협업보다는 구분 짓기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MZ세대라 불리는 후배들과 일하면서 그들이 가진 디지털 적응력, 수평적 소통 방식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회의 자료를 간단한 도표와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하고 빠르게 공유하는 모습은 배울 점이 많았다. 반면, 후배들은 나의 경험 기반의 판단력과 조율 능력을 높게 평가해주곤 한다.
일하다 보면 갈등의 상황이 생길 때가 있다. 선배 직원은 경험에서 나온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후배 직원은 새로운 방식을 과감히 시도해 보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의견 차이가 커서 ‘세대 간 갈등’처럼 비칠 수 있지만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대화를 이어가면 의외의 접점이 생긴다. 선배의 노하우에 후배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해져, 이전보다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 마련되기도 한다.
이 경험을 통해 세대를 나누는 시각보다 각자의 삶의 궤적에서 비롯된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직장은 세대가 아닌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공간이다. 서로를 동료로 대할 때 조직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렇다. 직장은 ‘배움’의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고, 젊다고 무조건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세대를 구분하기보다는 동료·후배·선배로서 서로에게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대 구분 대신 관계의 이름을 바꿔보자. X세대, MZ세대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 동료, 선배, 후배로 부르면 어떨까? 그 순간부터 대화는 선입견이 아닌 경험과 존중을 바탕으로 이뤄질 수 있다.
조직의 성숙은 ‘세대 이해’보다 ‘사람 이해’에서 비롯된다. 누구나 처음에는 낯설고,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마음일 것이다.
서로 다른 세대가 모여 있는 지금, 중요한 것은 ‘조화’다. 사람을 보고 관계를 생각하는 조직. 그 안에서 진정한 협업과 성장이 가능하다. 나이와 연차를 넘어, 함께 배우고 함께 일하는 동료로 서로를 마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