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경계를 허물다…세계와 연결된 3色 무대

고흐에게 영향을 줬던 日 판화 ‘우키요에’ 히로시게·우타마로 등 대가들 작품 선봬 헝가리 작가 마줄라·마로시니 작품 전시 감정 흐름·시간 흔적·인간 내면 풍경 표현 후안 기에네스, 피카소의 삶 렌즈에 담아 위대한 화가의 작업실 등 희귀 사진 전시

2025-11-06     김세영 기자
키타가와 우타마로의 ‘에도 꽃아가씨 죠루리-샤미센’. ©아다치전통판화기술보존재단 목각판 ©アダチ伝統木版画技術保存財団 復刻版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명소에도백경_후카가와 스자키 십만평’. ©아다치전통판화기술보존재단 목각판 ©アダチ伝統木版画技術保存財団 復刻版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명소에도백경_후카가와 스자키 십만평’. ©아다치전통판화기술보존재단 목각판 ©アダチ伝統木版画技術保存財団 復刻版

[충청투데이 김세영 기자] 예술은 언어와 이념, 시대의 경계를 넘어 인간을 잇는 가장 오래된 소통 방식이다. 올해 ‘대전 K아트페어(이하 DKAF)’는 일본·스페인·헝가리 세 나라의 특별전을 통해 이러한 예술의 보편성과 확장 가능성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일본의 전통 판화 우키요에가 지닌 섬세한 선과 색은 시대의 미감과 일상의 정취를 전하며, 스페인 사진작가 후안 기에네스가 렌즈에 담은 피카소의 삶은 예술가의 내면과 시대정신을 동시에 비춘다. 또 헝가리 현대미술의 감정적 흐름과 실험성은 예술이 현실을 비추는 또 다른 거울임을 일깨운다.

세 개의 특별전은 각기 다른 시간과 문화의 층위를 품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공통의 열망이 있다. 세계 각국의 예술이 한 공간에서 교감하는 이번 DKAF는 지역과 세계를 잇는 예술 교류의 장이자 문화도시 대전의 가치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부유하는 세계, 우키요에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는 2004년부터 일본의 전통회화인 우키요에 순회 전시를 통헤 우키요에가 지닌 미술적 가치를 조명하며 옛 일본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해왔다.

우키요에는 고흐와 같은 유럽 인상주의 거장에게도 영향을 줬던 일본 에도시대 판화다. 일본의 수려한 풍광 속에 드러난 춘하추동의 느낌을 찾아, 각 계절을 대표하는 꽃들이 만발한 산과 강, 그리고 사시사철과 관련된 축제와 풍속들을 만끽할 수 있다.

아울러 우타가와 히로시게와 키타가와 우타마로를 비롯한 대가들의 작품을 엄선해 당대 일본인들의 생활상과 유행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히로시게의 대표작품으로는 ‘명소에도백경-가메이도텐진의 등꽃’, ‘명소에도백경-후카가와스자키 십만평’을 전시한다.

먼저 ‘가메이도텐진의 등꽃’은 텐진의 초봄 매화와 가을 국화가 아닌 5월에 만개하는 연보라색 등꽃을 메인으로 했다. 화려하게 늘어진 등꽃 뒷편으로 보이는 다리는 가운데가 큰북 모양으로 불룩하게 솟아 올라 있어 다이코바시(太鼓橋-)라고 부르는데, 모네가 자신의 수련 정원에 만들어놓고 그렸던 작품 ‘일본식 다리’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아름답다.

‘후카가와스자키 십만평’의 후카가와는 에도시대에 조성된 매립지로 그 앞에는 에도만을 조망할 수 있는 유원지가 있어 사계절 관광객으로 붐볐다. 하지만 그 변두리의 십만평은 광활한 땅으로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늘을 나는 매가 눈 아래 펼쳐져 있는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구도는 계절의 정감을 차분하고 서정적으로 펼쳐냈던 히로시게가 후기에 웅대하고 대담한 기풍으로 변화됐음을 보여준다. 높은 하늘의 매를 눈앞에서 보는 듯 확대해 표시하고 광활한 배경을 극단적으로 조망하는 구도가 특징이다.

우타마로의 ‘에도 꽃아가씨 죠루리-샤미센’은 당대 일본인의 풍속과 미적 취향이 담았다. 죠루리란 일본 고유의 현악기인 샤미센을 반주로 가락을 붙여 낭독하는 성악곡이다. 가부키 등의 연극과 인형극을 위한 음악으로 쓰이기 시작해 연회 음악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배우게 됐다. 이 작품에 그려져 있는 것은 신사 경내 가설 흥행장에서 젊은 여성이 하는 죠루리로 ,기모노에는 ‘야스키치’란 소녀의 예명이 쓰여져 있다.

티보르 사이몬 마줄라의 ‘City Park No12’. 서울아트나우 제공
올란도 마로시니의 ‘Free For All’. 서울아트나우 제공

◆헝가리 현대미술특별전-예술 교류의 새로운 장 열다

주한리스트 헝가리문화원과 서울아트나우가 함께한 이번 특별전은 헝가리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티보르 사이몬 마줄라(Tibor Simon Mazzula)와 오를란도 마로시니(Orlando Marosini)의 작품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감정의 흐름과 시간의 흔적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담아내며, 인간 내면의 풍경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마줄라는 감정의 잔향과 시간의 흔적을 탐구하는 작품 세계로 평단과 컬렉터의 호평을 받았다. 또 예술적 성취와 헝가리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헝가리문화원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3년 연속 대만 아트페어에서 전 작품을 판매하며 주목받았고, 한국에서도 전시마다 높은 완성도와 서정성으로 컬렉터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마줄라의 회화는 시간과 감정의 층위를 담아내는 서정적 화면으로, 헝가리 예술의 사유적 전통을 한국 미술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가교역할을 해왔다. 마로시니는 현대 사회의 감정적 과잉과 풍자를 주제로 한 강렬한 회화를 선보이며 예술계에 강렬한 이상을 남겼다.

이번 특별전은 헝가리 미술 특유의 감수성과 실험성을 국내에 소개하며, 감정·기억·시간이 교차하는 예술의 층위를 보여준다. 관객은 화면 속에 축적된 붓의 호흡과 색의 잔향을 통해 시간과 감정이 공존하는 미묘한 정서를 체험할 수 있다.

티보르 사이몬 마줄라의 ‘Place My Mother Lives’. 서울아트나우 제공

◆후안 기에네스의 렌즈를 통해 본 파블로 피카소의 삶

20세기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일상을 담은 스페인 사진작가 후안 기에네스(Juan Gyenes)의 사진전이 대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피카소의 작업실과 가족, 프랑스 남부 자택 등에서 촬영된 희귀 사진을 통해 천재 화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한다. 헝가리 카포슈바르에서 태어난 기에네스는 위대한 예술가 피카소와 20세기 세 차례 만남을 이어가며, 예술가의 창작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내면의 표정과 영감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품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를 바라본 시선이라는 점에서 독창적인 미학을 지닌다. 빛과 그림자 속에 담긴 피카소의 시선은 예술의 본질과 인간의 삶이 맞닿아 있음을 일깨운다.

김세영 기자 ks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