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산이 부족해서요"

함성곤·대전본사 정치행정부 기자

2025-11-05     함성곤 기자
함성곤 기자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예산이 부족해서요."

취재 현장에서 기관 관계자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언제나 예산이 문제라고 하지만, 그 많은 예산은 어디에 쓰이기에 안전 분야에서는 매번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될까.


특히 안전과 관련된 취재에서 이 말은 빠지지 않는다.

지난여름, 지역의 도로 차선 관련 문제를 취재한 적이 있다.

비가 내리면 차선이 보이지 않아 위험하다는 운전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것에 따른 것이다.

기자 본인도 운전 중 불편함을 자주 느낀 적이 많다.

담당 부서와 전문가들의 취재를 종합해 보니, 선명한 차선을 도색하는 기술과 재료는 이미 충분했지만 결국 문제는 ‘돈’이었다.

예산이 부족해 저가의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재 사고의 경우는 이러한 사례가 더욱 흔하다.

지난해 8월 경기 부천의 한 노후 호텔에서 불이 나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화재 피해가 커졌던 원인 중 하나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점이 꼽혔다.

2018년 이후 신축 6층 이상 숙박시설에는 의무 설치가 규정됐지만, 해당 호텔은 2004년 준공된 건물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법 개정이 반복되지만, 이전 건축물에는 적용되지 않아 결국 또 다른 소를 잃게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얼마 전 대전의 한 공장 화재도 같은 문제를 드러냈다.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진 공장은 불이 나자 짧은 시간에 모두 타버렸다.

이 자재는 화재 취약성이 지적돼 불연성 재질로의 전환이 법제화됐지만,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여전히 가연성 자재를 사용하고 있다.

불길을 막기 위한 기술적 장치들은 있지만, 지자체와 건물주 모두 ‘돈’이 부족해서 설치를 망설인다.

법을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예산 탓’으로만 넘기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은 이해를 구하기 위한 답변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반복될수록, 우리는 같은 사고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고 위험은 언제나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

그 위험 앞에서 "예산이 부족해서요"라는 말이 더는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