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나는 100만원, 너는 200만원? 왜?!
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수석역구원
2025-11-05 충청투데이
같은 일을 해도 누군가는 100만원을, 누군가는 200만원을 받는다. 이 격차를 단순히 능력 차이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제도나 정책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시장’의 속성이다.
노동시장에도 ‘시장’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기업은 사람을 고용하고, 사람은 자신의 노동력을 판다. 하지만 이 시장은 우리가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과는 다르다. 노동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한 사람이 쌓아온 시간과 경험, 그리고 노력의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여러 수준의 인력을 확보할수록 선택의 폭이 넓고 비용을 조절하기 쉽다. 반대로 노동자는 자신의 능력과 조건이 너무 세세하게 나뉘면 협상에서 불리해진다.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따지만, 그 노력조차 시장에서는 또 다른 ‘등급’을 만드는 기준이 된다. 누군가는 숙련이라는 이유로, 또 누군가는 비숙련이라는 이유로 임금의 벽 앞에 서게 된다.
그래서 노동시장은 처음부터 완전히 공정한 시장이 되기 어렵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동등한 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 불균형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차이를 줄이고 조정할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대우를 받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화하거나, 노동시장의 이동성을 높여 더 좋은 일자리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정책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완벽한 균형은 어렵겠지만,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노력은 가능하다.
노동시장은 사람이 만든 제도다. 그렇다면 사람의 손으로 충분히 바꿀 수도 있다. "나는 100만원, 너는 200만원"이라는 질문에 이제는 ‘왜’가 아니라 ‘어떻게 바꿀까’로 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