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으면 순식간에…화재 키우는 샌드위치 패널
대전 동구 구도동 식품업체 화재, 샌드위치 패널 사용돼 간편한 시공, 비용 저렴하지만 화재 취약해 삽시간에 번져 충청권 매년 400여건 화재, 국토부 건축 자재 기준 강화 문제는 이미 지어진 건물이 대다수, 화재 위험 여전히 높아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공장 화재는 샌드위치 패널의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대형 화재 때마다 원인으로 지목돼 온 샌드위치 패널에 대해 정부가 준불연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며 기준을 강화했지만, 개정 이전 건물에 대한 관리가 여전히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30분경 대전 동구 구도동의 한 식품 제조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장비 52대와 인력 127명을 투입해 3시간30분 만인 오후 10시경 진화를 마쳤다.
이 불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638.4㎡(약 193평) 규모의 건물 내부가 모두 불에 탔다.
소방 당국은 건물 외벽과 지붕 등에 쓰인 샌드위치 패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불길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은 강판 사이에 단열재를 넣어 만든 건축자재로, 시공이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해 산업단지와 물류창고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내부 단열재가 가연성일 경우 불이 붙으면 화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유독가스가 나오는 등 화재 위험이 높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 피해를 키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충청권에서 발생한 샌드위치 패널 화재는 2420건으로, 매년 지역별로 400여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앞서 2023년 대전에서 발생한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도 공장의 97%가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로 이뤄져 피해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국토교통부는 2021년 12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준불연(불에 10분 이상 견디는 수준) 이상의 자재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2023년부터는 완제품을 실제 크기로 만들어 불을 붙이는 ‘실물모형 화재시험’ 등을 통과해야만 인증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 대다수인 데다, 개정된 제도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화재 위험은 여전한 상황.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한 드렌처(물분무) 설비나, 패널 내부에 소화약제를 투입하는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설치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송영호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소방·산업안전관리학과 교수 는 “건축비 절감을 우선하는 관행이 가장 큰 문제”라며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불연재 교체나 스프링클러 보강 등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