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공사비’ 논의 이제서야 한다 [중처법 3년…산재사고 여전]

비용 절감·공사기간 줄여 사고 빈번 중처법 3년 만에 공사비·기간 논의 제재는 명확… 적정 공사비 방안 모호 업계 "사후 대응 보다 보완책 우선"

2025-11-04     조선교 기자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건설 현장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제재 수위도 연이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정책의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으로 처벌이 3년 전부터 강화된 반면,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적정 공사비와 공사기간 보장 등 문제 해결은 뒤늦게 논의 테이블에 올랐기 때문이다.

3일 정부 부처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7~8월 포스코이앤씨 사업장의 연이은 사망사고에 이재명 대통령은 강력한 처벌과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기존 하도급 시공자와 근로자에게 책임이 집중됐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의 한계를 보완해 발주자, 원도급사의 책무까지 강화, 근로자 사망 시 매출의 최대 3% 과징금 부과와 영업정지, 형사·행정상 책임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에 나선 상태다.

이는 중처법 적용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자 내린 조치로,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 20위 내 건설사의 현장에서 숨진 근로자는 1868명으로 전년보다 25% 가량 늘었다.

그간 업계에선 중처법 적용 이후 적정 공사비와 공기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졌다.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을 압박하는 여건이 계속되는 한 사고 예방이 쉽지 않다는 이유인데, 지난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이 속속 발의되기도 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정부 역시 연이어 고강도 제재 조치를 예고한 데 이어 이러한 문제 개선에 대한 대책을 발표한 상태다.

지난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공공·민간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 의무를 부여하고 적정 공기 확보를 위해 민간공사 설계서에 공기 산정 기준을 포함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중처법 시행 3년 만에 적정 공사비·공기 문제에 대한 공식 논의가 이뤄지게 된 셈이다.

업계에선 이미 제재 조치가 진행 중이거나 추가로 예고된 만큼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한계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우선 제재 수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등이 제시된 반면, 적정 공사비·공기에 대한 계획이나 강제할 방안은 모호한 상태로, 향후 현장 반영에도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특히 민간공사의 적정 공기 확보와 관련해선 표준도급계약서 개정을 추진하겠단 입장인데, 현 시점에서도 표준도급계약서 사용 여부는 강제성이 없는 데다가 민간 발주처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제대로 활성화(2021년 기준 47.9% 사용)가 되지 못한 상태다.

이와 함께 현장관리인력 비용 등을 둘러싼 간접비 계상, 요율 문제와 출혈 경쟁을 요구하는 입찰 제도 등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을 부추기는 여건도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부터 처벌만 강화하며 맥을 제대로 못 짚었던 상황"이라며 "현장의 보완책도 함께 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사후 대응식의 상황이 이어졌다. 정부가 내놓을 공사비, 공기에 대한 기준도 적절해야 한다. 오히려 물가 변동이나 현실을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