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지방정부, 권한은 줄고 책임만 늘었다

김보흠 충북도의회 입법정책팀장

2025-11-02     충청투데이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뿌리이자,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지방정부는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여 정책으로 반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지방정부는 ‘책임은 있으나 권한은 없는’ 기형적인 구조에 갇혀 있다. 말 그대로 권한은 줄고 책임만 늘어난 상황이다.

현재 지방정부는 복지, 교육, 환경, 지역개발 등 수많은 분야에서 막대한 행정 책임을 지고 있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직면한 농어촌 지역은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조차 지방정부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실제로 시행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제도적 권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의 각종 지침과 예산 통제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국고보조금 사업이나 매칭 펀드 구조는 지방의 자율적인 정책 결정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앙정부가 실질적인 권한 이양 없이 지방정부에 책임만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 부족, 인력 한계, 제도적 규제로 인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 문제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지방정부가 지는 구조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기 때문에,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정치적·행정적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주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없다면, 지방자치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30년의 지방자치 시대에 정부는 ‘지방분권화’를 외치며 ‘지방이양’을 실시했지만, 대부분이 책임만 전가하고 권한은 주지 않았다. 자치경찰제 도입, 지방세 비율 확대 등의 조치가 있었으나, 여전히 핵심적인 권한은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을 실현하려면,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참여 확대, 자치입법권 강화, 지방재정 자율성 확보 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권한 없는 책임’은 ‘앙꼬없는 진빵’이다.

지방정부에 책임을 요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지방이 고유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시작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방자치의 실질적 강화를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 때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제는 ‘진짜 자치’를 위한 결단을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