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산업과 에너지 전환의 열쇠, 배출권거래제의 실질화가 답이다

박정현 국회의원

2025-10-30     충청투데이
박정현 국회의원

이재명 정부는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를 제시했다.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 신산업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실질화는 중요한 관문이라 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2015년 도입 이후 10년간 운영되어 왔지만, 그동안 ‘명목상 제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부가 기업에 배출권을 지나치게 많이, 그것도 대부분 무상으로 할당하면서 거래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의 배출권 가격은 톤당 8000원대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수준이며, 실질 유상할당 비율은 4.3%에 불과하다. 그 결과 최대 1.4억 톤의 잉여 배출권이 쌓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한국 산업 구조가 저탄소 전환의 기회를 잃고 있다는 의미로 봐야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은 전환 부문 배출권을 100% 유상할당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가격은 톤당 8만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 경매 수입을 재생에너지, 저탄소 산업기술, 지역 전환기금으로 재투자해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3년 할당업체의 배출량은 2015년 대비 배출량이 3% 감소하는 데 그쳤고, 유상할당 수입은 850억 원에 불과하다. 탄소 가격은 부담이 아니라 투자다. 기업의 단기적 비용을 이유로 제도의 실효성을 후퇴시킨다면, 한국 산업은 미래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값싼 생산지’가 아닌 ‘친환경 공급망’을 선택하고 있다. 배출권의 100% 유상할당은 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거래 유동성을 높여, 예측 가능한 전환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제는 배출권거래제를 단순한 규제 관리 제도가 아니라 산업 구조를 혁신하는 성장 엔진으로 삼아야 할 때이다. 지난 9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러한 변화를 향한 첫걸음이다.

개정안은 2050 탄소중립 국가목표를 법에 명시하고, 계획 기간별 총 무상할당 비율을 제도화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에 무상으로 제공되는 배출권의 비중을 줄이고, 유상할당을 강화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유도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적극적인 탄소정책’ 으로 산업 전반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국회에서도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배출권거래제의 실질화를 통해 산업 전환의 인센티브를 높이고, 재정 수입을 녹색산업에 재투자하도록 할 것이다. 또한 유상할당 수익으로 운영되는 기후대응기금에서 감축 잠재량이 큰 신규사업의 비중을 높여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기술개발, 인프라 확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은 지금의 기후위기를 기회로 맞이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