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대의 독주에 흔들리는 청양의 스마트혁신

윤양수 충남본부 청양담당 국장

2025-10-28     윤양수 기자
윤양수·충남본부 청양담당 국장 

[충청투데이 윤양수 기자] 청양의 지역혁신이 방향을 잃고 있다.

충남도립대학교가 주관하는 2025 청양 매운맛 페스티벌(청양군 지역특화축제)은 이름만 지역축제일 뿐 실제로는 지역이 빠져 있다.

행정과 대학이 협력하겠다며 시작된 라이즈(RISE) 사업의 본뜻이 현장에서 무색해지고 있다. 대학은 지자체와 함께 지역 문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 도립대의 행정은 함께가 아니라 독단에 가깝다. 사업자 선정, 기획, 운영 등 모든 과정이 대학 내부에서만 결정되고 청양군과 지역주민은 단순한 통보 대상에 머물렀다. 지역축제를 표방하지만 지역의 숨결은 느껴지지 않는다. 행사는 대학의 실적을 위한 관리형 프로젝트로 전락했고 주민들은 “무슨 축제가 열린다는 건지조차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충남도립대의 이러한 운영방식이 청양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스마트청양운동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스마트청양운동은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참여형 지역혁신운동이다. 데이터 기반 행정, 주민 협력, 민관대학의 연대를 축으로 하는 공유의 혁신이 핵심이다.

그러나 도립대의 행정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 즉 ‘위에서 계획하고 아래에 통보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이것이 바로 지역혁신을 가로막는 벽이다.

도립대는 충남의 유일한 공공대학이다. 그 존재 이유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데 있다. 대학이 지역 속으로 들어가 주민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모색할 때 비로소 공공성이 살아난다. 하지만 지금의 도립대는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행정의 부속기관처럼 보인다. 주민은 빠지고 지역업체는 배제됐으며 협력은 실종됐다. 결국 ‘지역혁신’이라는 말이 허공에 울리고 있다. 라이즈 사업의 핵심은 단순한 예산 지원이 아니라 관계의 재설계다. 대학이 지역을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로 대하는 변화, 그 속에서 새로운 경제와 문화, 청년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핵심이다. 그러나 충남도립대의 현행 추진 방식은 이 철학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기보다 행정의 틀 속에서 사업을 관리하려 한다면 그 결과는 혁신이 아니라 고립이다. 청양군의 미래는 대학이 지역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마트청양운동과 라이즈 사업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가야 함에도 지금의 충남도립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협력 대신 독단을, 소통 대신 행정편의를 선택한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축제’가 아니라 대학이 스스로의 역할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공공대학이라면 지역의 숨결을 읽고 주민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도립대가 주관하는 ‘청양 매운맛 페스티벌’은 결국 지역이 외면한 또 하나의 행정용 이벤트로 기억될 것이다.

윤양수 기자 root585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