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사라진 지 오래… 충남도립대 주도형 RISE 실종

충남도립대 주관 축제, 협력 빠지고 소통 막혀… “라이즈 정신 퇴색”

2025-10-27     윤양수 기자
충남도립대학교 전경

[충청투데이 윤양수 기자] 지자체와 대학이 손잡고 지역문제를 해결하자는 라이즈(RISE) 사업이 청양에서는 되레 협력 부재의 상징이 되고 있다.

충남도립대학교가 주관하는 ‘2025 청양 매운맛 페스티벌’이 준비 단계부터 주민 소통 없이 일방 추진되면서 지역혁신을 위한 공공사업이 오히려 ‘대학 중심의 행정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립대와 청양군이 함께 추진하는 이번 축제는 라이즈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공동화와 인구감소 문제에 대응해 지역자원과 문화를 특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계획서에는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소통과 참여의 장”을 내세웠지만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협력과 참여라는 두 단어가 완전히 실종됐다.

청양군 내부에서도 “도립대가 사업 방향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군에는 사후 통보만 한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상인회나 청년단체, 예술인조차 축제의 세부 내용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라이즈 사업의 기본 원칙인 지자체·대학 공동기획(Co-Governance)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문제는 충남도립대가 사업의 주체로서 역할을 넘어 사실상 단독으로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운영·홍보 등 전 과정이 대학 내부 중심으로 돌아가며 청양군은 단순 행정지원자에 머물고 있다.

지역행정 관계자는 “협력사업이라기보다 대학이 행정예산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느낌”이라며 “도립대가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공동조정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라이즈사업은 대학이 행정의 하청기관이 아니라 지역혁신의 파트너로 서야 하는데 청양의 경우 도립대가 그 철학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며 “행사를 관리하는 관료형 운영으로는 혁신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축제 일정의 비현실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축제 대행사는 10월 중순에서야 선정을 마친 뒤 11월 축제를 열겠다는 일정이다.

불과 한 달여의 준비기간에 10억에 가까운 대규모 행사를 기획·홍보·운영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충남도립대가 사업비 집행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문화기획 관계자는 “한 달짜리 용역으로는 축제가 아니라 보고용 행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라이즈사업의 핵심인 지속가능한 지역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충남도립대가 추진 주체로 나선 이후 주민들은 사실상 관람객의 위치로 밀려났다.

상생마켓, 매운맛 챌린지 등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이 명목상 존재하지만 참여모집·홍보·협의 절차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지역과 함께하는 축제가 아니라 대학이 주도하는 행사로 전락한 셈이다. 청양읍의 한 상인은 “행사에 대한 공지나 협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지역 이름만 붙였을 뿐 실질적으로는 외부용 용역행사 같다”고 말했다.

라이즈 사업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으로 지역문제를 대학이 함께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 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번 충남도립대 사례는 라이즈사업의 본질을 완전히 거꾸로 밟고 있다. 협력 대신 독단, 참여 대신 통보, 혁신 대신 행정실적이 자리했다. 결국 도립대의 운영 구조가 라이즈의 근본 가치인 공동성·지속성·상생성을 훼손한 셈이다. 지역정책 전문가는 “도립대가 행정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사업을 주도하는 구조는 라이즈의 핵심인 균형적 파트너십을 무너뜨린다”며 “이대로라면 청양형 라이즈 모델은 실패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양수 기자 root585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