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도전하며 이어가는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

이선경 ETRI 휴먼증강연구실 연구원

2025-10-26     충청투데이

돌아보면 필자의 연구 동기는 언제나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박사과정 동안 연구했던 주제는 감정인식이었다. 표정과 목소리, 표현된 말 속에서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는 인공지능 모델을 설계하는 연구에는 기술적 흥미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을 더 잘 알고 싶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열망이 있었다. 올해 정부출연연구원에 합류하게 되면서 연구실의 이름이 ‘휴먼증강연구실’인 것도, 수행 중인 과제명이 ‘휴먼이해’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사람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 개발의 여정을 이 연구실에서 함께 하게 됐다.

연구실에서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다양한 센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그 중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센서 데이터를 의미 단위로 해석하는 방법이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 속 작은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어떻게 데이터로 바꾸고, 그 데이터가 다시 행동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실에서는 이미 지난 2023년과 2024년 국제적인 센서 데이터 기반 행동 인식 챌린지에서 각각 1위와 2위의 우수한 성적을 거둬오고 있었다. 필자는 그 연장선에서 2025년 챌린지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더 깊이 있는 분석과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시도하게 됐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데이터를 입력받아 결과를 출력하는 모델을 넘어,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센서 데이터를 변환해보자는 새로운 접근 방법에서 시작됐다. 센서 데이터를 최종 분류하기 전에 이미지 형태로 변환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센서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것은 처음이었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지난 2년간 챌린지를 이끌어오신 선배 연구원님들의 세심한 피드백이 큰 힘이 됐다. 데이터 전처리와 모델 보정 과정을 반복하며 마침내 만족할만한 성능과 시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최종 결과를 제출한 뒤, 기다림 끝에 주최 측으로부터 구두 발표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간은 흘러 챌린지에 참가한 연구자들의 발표 이후 순위 결과가 차례로 공개되었고, 최종 순위는 2위였다. 1위의 자리를 되찾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연구팀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점이었다. 연구진과의 협업을 통해 우수한 성능을 달성했고, 챌린지 좌장은 ‘아이디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작은 새로운 아이디어였지만, 경험에 기반한 선배 연구원님들의 끊임없는 조언과 팀원들의 집중력이 없었다면 이 같은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연구란 결국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도전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도전이 단단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굳건한 기반이 필요하다. 연구원의 선배 연구자들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위에서 후배 연구자들의 호기심과 시도가 더해지며 연구는 계속된다.

선배 연구원님들은 이미 ‘휴먼이해’라는 든든한 기반을 마련해주셨다. 그 노력을 발판 삼아, 필자는 사람을 이해하는 연구의 길 위에서 계속 도전하며 나아가고자 한다.

그렇게 언젠가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고, 그 이해가 사람의 삶을 따뜻하게 바꾸는 기술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