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포럼] 도전하며 이어가는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
이선경 ETRI 휴먼증강연구실 연구원
돌아보면 필자의 연구 동기는 언제나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박사과정 동안 연구했던 주제는 감정인식이었다. 표정과 목소리, 표현된 말 속에서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는 인공지능 모델을 설계하는 연구에는 기술적 흥미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을 더 잘 알고 싶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열망이 있었다. 올해 정부출연연구원에 합류하게 되면서 연구실의 이름이 ‘휴먼증강연구실’인 것도, 수행 중인 과제명이 ‘휴먼이해’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사람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 개발의 여정을 이 연구실에서 함께 하게 됐다.
연구실에서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다양한 센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그 중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센서 데이터를 의미 단위로 해석하는 방법이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 속 작은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어떻게 데이터로 바꾸고, 그 데이터가 다시 행동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실에서는 이미 지난 2023년과 2024년 국제적인 센서 데이터 기반 행동 인식 챌린지에서 각각 1위와 2위의 우수한 성적을 거둬오고 있었다. 필자는 그 연장선에서 2025년 챌린지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더 깊이 있는 분석과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시도하게 됐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데이터를 입력받아 결과를 출력하는 모델을 넘어,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센서 데이터를 변환해보자는 새로운 접근 방법에서 시작됐다. 센서 데이터를 최종 분류하기 전에 이미지 형태로 변환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센서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것은 처음이었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지난 2년간 챌린지를 이끌어오신 선배 연구원님들의 세심한 피드백이 큰 힘이 됐다. 데이터 전처리와 모델 보정 과정을 반복하며 마침내 만족할만한 성능과 시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최종 결과를 제출한 뒤, 기다림 끝에 주최 측으로부터 구두 발표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연구란 결국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도전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도전이 단단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굳건한 기반이 필요하다. 연구원의 선배 연구자들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위에서 후배 연구자들의 호기심과 시도가 더해지며 연구는 계속된다.
선배 연구원님들은 이미 ‘휴먼이해’라는 든든한 기반을 마련해주셨다. 그 노력을 발판 삼아, 필자는 사람을 이해하는 연구의 길 위에서 계속 도전하며 나아가고자 한다.
그렇게 언젠가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하고, 그 이해가 사람의 삶을 따뜻하게 바꾸는 기술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