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평] 우리 사이의 온도 복원과 사이버학습

이동진 건양사이버대학교 총장

2025-10-23     충청투데이

요즘 우리는 말을 꺼내기 전에 잠시 멈춘다. 단체 카톡방이나 SNS에 의견을 남기기 전, 머릿속으로 한 번 더 고쳐보기 위해서다. "이 말을 해도 될까?", "누가 먼저 볼까?", "읽음 표시가 얼마나 빨리 사라질까?". 그리고 전송 버튼을 눌러놓고는 조용히 기다린다. 누군가의 ‘엄지’ 하나, 짧은 댓글 한 줄이 올라오길 바라기도 한다. 그 반응이 늦어지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가 디지털 시대에 마주하는 상호작용 풍경이다. 말은 편리하게 전달되지만, 마음은 점점 불편해지게 된다.

디지털 기술은 세상의 지식을 손끝으로 가져왔다. AI가 학습을 설계하고, 온라인 강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주었다. 그러나 배움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교육의 온기는 식어감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오래전 교실의 온기를 떠올린다. 분필 가루가 흩날리던 칠판, 수줍게 손을 들던 친구들, 선생님의 눈빛과 그 사이를 오가던 공기까지.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상호작용’보다 훨씬 진실했다. 배움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는 일 아니었을까? 알고리즘이 대신할 수 없는 온기,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디지털 한 학습공간인 사이버대학이 오히려 가장 아날로그적인 교육을 실험하고 있다. 사이버대학은 지식은 온라인으로 제공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화면 밖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화상 토론을 통해 서로의 표정을 읽고, 팀 프로젝트에서 생각을 부딪친다.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얼굴을 맞대며 웃는다. 비대면의 공간에서, 오히려 ‘함께 배우는 법’을 되찾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시도는 단순한 학습의 확장이 아니다. 기술이 바꿀 수 없는 교육의 본질,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를 복원하는 과정이다.

디지털 기술은 배움을 넓히지만, 아날로그는 그 배움을 깊게 만든다. 지식은 전선을 타고 흐르지만, 마음은 여전히 사람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온도의 문제다. 화면으로 배우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따뜻하게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 지금처럼 편리함과 편안함의 차이를 구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우리를 연결했다고 믿지만, 과연 우리 사이의 온도는 무엇으로 오르는가? 나는 사이버학습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