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일류 경제도시, 대전의 잠 못 이루는 밤
조원휘 대전시의회의장
2025-10-22 충청투데이
1993년 미국 시애틀을 배경으로 한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꿈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젊음의 감성을 간직케 했다. ‘잠들지 않은 대전, 꺼지지 않은 재미’로 문화관광 트렌드를 휩쓴 과학수도 대전 역시 잠들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시애틀로 향한 이유다.
지난 9월, 대전시의회 대표단은 7일간 시애틀을 방문했다. 1989년 대전과 자매도시를 체결한 시애틀은 아마존, 보잉 등 세계적 기업들이 둥지를 틀면서 과거 굴뚝산업 도시에서 제2의 실리콘밸리로 탈바꿈한 혁신의 도시다. 6대 혁신 전략산업으로 일류 경제도시 도약을 준비하는 대전에게 기회의 도시다.
시애틀은 실리콘밸리의 약점인 교통인프라에 대해 항만·항공·물류 중심지라는 강점과 함께 민간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 인재를 조화시켜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법인세·소득세 없는 세제, 용적률 완화, 임대료 감면 등 과감한 지원과 기업·투자자·인재의 소통을 강화했다.
대학과 기업이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 문제를 학생이 컨설팅하는 협업 환경은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을 시애틀로 모이게 했다. 아마존은 컴퓨터공학센터를 세워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고, 워싱턴대학교의 스타트업센터는 연구가 기술이전을 거쳐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다시 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 대학이 기술사업화를 이끌도록 했다.
도시브랜드와 문화적 상징을 정교하게 결합해 도시 정체성을 재설계한 마케팅 전략 또한 인상적이다. 원형 그대로 보존한 스타벅스 1호점은 세계 80여 개국, 4만여 개의 매장과 다른 1호점만의 특별한 한정 로고 머그잔과 텀블러로 세계인의 관심을 끈다.
대전은 시애틀과 닮았다. 사통팔달의 탁월한 교통의 허브이면서, 첨단기술 상용화와 인재 집결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어 과학인프라와 기술경쟁력은 이미 국내 최고다. 또한, 웨이팅의 대전, 그 시초를 만든 성심당 등 도시브랜드 파워도 상당하다.
앞으로는 세계적 기업 유치가 핵심이다. 기업은 성장을 통해 인재를 모으고 인재는 새로운 기업을 만든다. 코스트코 본사는 시애틀에 있지만 세계 매출 1위 매장은 한국에 있듯이, 세계적 기업이 현지 도시 경쟁력이란 강력한 엔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지난해 유치한 세계적 바이오기업 머크사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이자 세제 감면, 재정·금융지원, 규제 특례 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대전은 상장기업 66개, 시가총액 81조 원으로 광역시 3위·2위, 외국인 직접투자액 증가율 역대 최대로 비수도권 2위다. 청년인구도 28.6%로 특·광역시 2위인 기술창업 최적지다. 시애틀의 혁신적 DNA를 접목해 일류 경제도시를 실현하는 꿈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