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 계룡에 핀 어르신들의 두 번째 봄

‘계룡시 노인일자리박람회’ 대성황 1대1 상담·체험 등 노동의 가치 새겨

2025-10-17     김흥준 기자
▲박람회 현장에서 이응우 시장의 격려사를 듣고 있는 어르신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행사장은 활기가 넘쳤다. 사진=김흥준 기자
▲박람회 팜플렛을 보며 활짝 웃고 있는 어르신들. 다양한 체험과 일자리 정보를 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김흥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계룡문화예술의전당 대강당 안은 활기로 가득했다.

은빛 머리를 한 어르신들이 명찰을 가슴에 단 채 부스 사이를 오가며 상담을 받고, 손에는 자신이 만든 수공예품을 들고 있었다.

17일, 계룡시가 주최하고 계룡시니어클럽이 주관한 ‘2025 계룡시 노인일자리박람회’ 현장이다.

이번 박람회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를 돕고 다양한 맞춤형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이 행사는 단순히 ‘일자리 제공’의 의미를 넘어,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와 다시 연결하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행사장 한쪽에는 계룡시니어클럽의 안내 부스가 자리해 노인일자리사업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현장에서 1대1 상담을 통해 참여 신청을 받았다.

“예전엔 이런 정보가 어디서 열리는지도 몰랐어요. 이제는 나이 들어도 할 일이 있다는 게 참 고맙습니다.”

상담을 마친 70대 김모 어르신은 잔잔한 미소로 말했다.

특히 한국시니어클럽협회 충남지회 소속 시·군 시니어클럽들이 함께 참여해 각 지역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선보였다.

수공예품, 천연비누, 전통 장류, 손뜨개 제품 등이 전시된 부스에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 어르신은 “우리 손으로 만든 물건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걸 보면 아직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계룡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와 노인취업센터도 민간 기업 채용 정보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취업 연결을 도왔다.

단순한 행사로 끝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일자리로 이어지는 통로’를 마련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무대 밖에서도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이 어르신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심폐소생술 체험 부스에서는 젊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어르신들이 직접 인형 가슴을 누르며 긴급상황 대처법을 익혔고, 한쪽에서는 반려식물 만들기와 손마사지 봉사가 이어졌다.

이·미용 봉사대는 어르신들의 머리를 다듬으며 “오늘은 면접 보는 날처럼 멋지게 해드릴게요”라며 웃음을 건넸다.

이응우 시장은 격려사에서 “어르신들이 계룡에서 행복하고 보람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다양한 노인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활기찬 인생 2막을 향해 도전하시는 모든 어르신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박수가 이어졌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계룡시는 단순한 복지의 차원을 넘어, 어르신들의 ‘노동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은퇴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임을 보여주는 장이었다.

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계룡시는 내달 7일 ‘초고령사회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활성화 포럼(가제)’을 열어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박람회장을 나서는 한 어르신은 말했다.

“이제 나이 많다고 집에만 있을 이유가 없지요. 내 손이, 내 시간이, 아직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게 행복 아닙니까?”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