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두 바퀴의 자유, 그 끝은 어디인가"
안원기 서산시의회 의원
2025-10-13 충청투데이
‘두 바퀴의 자유’가 이제는 ‘두 바퀴의 불안’으로 바뀌고 있다.
전동 킥보드가 도시 골목을 점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Fixed Gear)’ 자전거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페달과 바퀴가 직결된 구조로 멈출 수 없는 이 자전거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패션 아이템’처럼 번지고 있지만, 그 자유의 대가로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교통사고는 2020년 447건에서 2024년 3100건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픽시는 별도 통계가 없지만, 최근 학교 주변에서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늘며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픽시 질주 영상’이 SNS에서 유행처럼 퍼지기도 했다. 문제의 핵심은 안전의식 결여와 제도 공백이다.
픽시는 원래 트랙 경기용 자전거로, 내리막도 신호도 없는 전용 경기장에서 쓰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도심용 디자인 자전거로 포장돼 판매되고, 청소년들이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공공도로를 달리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도로교통법은 자전거의 전·후륜 제동장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 현상은 전동 킥보드의 초기 상황과도 닮았다.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는 명분 아래 규제보다 확산에 초점을 맞춘 결과, 무면허·인도 주행·2인 탑승 등이 만연했다. 픽시 자전거 역시 그 전철을 밟고 있다. 횡단보도를 질주하는 학생에게 위험을 지적하면 "원래 이런 자전거예요"라며 웃는 현실이 우리의 안전 불감증을 보여준다.
이제 법적·행정적 대책이 시급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경기용과 도로용 픽시를 구분하고, 판매 단계부터 전·후륜 브레이크 장착을 의무화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상 안전장치 미장착 운행에 대한 처벌 근거를 강화하고, 학교 교통안전 교육에도 ‘픽시 자전거 안전수칙’을 포함해야 한다. 청소년의 호기심이 사고로 이어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시민사회 역시 역할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도심 자전거 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안전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SNS에서 확산되는 ‘픽시 질주 영상’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명백한 교통법 위반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 학교·경찰·지자체가 협력하는 ‘자전거 안전공동체’ 구축이 절실하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의식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며, ‘멋’보다 소중한 것은 ‘목숨’이다. 두 바퀴의 자유가 생명의 위협으로 번지기 전에, 사회 전체가 안전의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그것이 성숙한 도시로 가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