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부소산성서 백제시대 ‘얼음 보관 창고’ 발견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발굴조사 빙고에서 물 배수용 집수정도 확인

2025-10-13     김중곤 기자
얼음 보관하던 '빙고' 흔적[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부여(사비)에 위치한 부소산성에서 얼음 보관 창고(빙고)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1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앞서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가 진행한 17차 발굴조사에서 부소산성 내 가장 높고 넓은 평탄대지를 살핀 결과 빙고의 흔적을 찾았다.

얼음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특수시설인 빙고는 강력한 왕권과 국가 권력이 있어야만 구축·운영할 수 있었던 특별한 위계적 공간이다.

부소산성의 빙고는 17차 조사구역 동쪽 끝부분에 위치하고 평면은 사각형(방형)이며 내부 단면은 U자형이다. 규모는 동서 길이 약 7m, 남북 너비 약 8m, 깊이는 2.5m이다.

초기에는 암반을 파 벽으로 사용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남쪽 벽에 방형으로 깎은 돌을 세워 공간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바닥의 중앙에 길이 230cm, 너비 130cm, 깊이 50cm로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든 후 남쪽에 할석을 채운 시설을 만들었는데, 이는 빙고 안에서 발생한 물을 배수하기 위한 물 저장고(집수정)로 추정된다.

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17차 조사에서 백제 왕궁의 높은 위계 공간을 알 수 있는 대지조성과 굴립주 건물지(지표면 위에 생활면을 설치한 건물), 와적기단 건물지, 지진구(건물을 짓기 전 토지신에게 건물과 대지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봉안하는 상징물) 등도 추가로 발견했다.

지진구로 사용한 항아리는 직각형태로 목이 짧으며 그 위에 둥근 구슬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뚜껑이 덮여 있다. 내부에서는 중국 동전인 오수전 5점이 확인됐다.

지진구가 발견된 주변에 건물은 빙고만 확인되고 있어 빙고의 성공적인 축조를 기원하기 위해 봉안된 것으로 해석된다.

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13일 착수한 18차 발굴조사에서 조선시대 군용 식량 창고였던 군창지 서쪽 지역을 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은 지난 17차 조사에서 확인된 건축물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구역으로, 백제 사비기 왕궁터의 구체적 실체를 밝히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