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구매할때 쓴다고? 문화누리카드의 민낯

문화누리카드 이용률 90% 높지만 현실은 달라 문화체육 사용처에서 식음료 등 구매범위 넓혀 실제 어르신들 “사용처 몰라” 비허용품목 태반 일부 노인복지시설에서 일괄 관리하는 형태도 적발 시 가맹점 해진 처분 있지만 적발사례 0건

2025-10-02     김세영 기자
문화누리카드.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세영 기자] #. 지역에 거주하는 A(74) 씨는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은 지 4년째지만 여전히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주변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고 말해줘도 다 잊는 탓이다. 처음에는 책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서점에서 책을 구매했지만, 해당 서점이 폐점한 이후에는 근처의 생활용품점에서 생필품을 산다. 1년 내 소진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난해 12월에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고무장갑, 믹스커피 등을 샀다.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이 제도적 허점과 관리의 한계 속에 본래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

수치상 낮지 않은 이용률이지만, 이면에는 요양원 등의 일괄 관리와 비허용품목 소비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누리카드 예산 대비 이용률(잠정치)은 발급률 101.5%보다 10.72%p 낮은 90.8%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85.7%보다 5.12%p 높아진 수치로, 9년 전인 2015년(76.9%)과 비교해도 확연히 증가한 수준이다.

2014년 여행, 체육 분야 등 문화누리카드 사용처 범위가 확대되고 2022년부터 축제 기간 부스·푸드트럭의 식음료 등 비허용품목 구매를 열어둔 영향이다.

정부와 지역 문화재단의 노력 속에 이용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셈인데, 문제는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비허용품목 구매, 시설 일괄 관리와 같은 관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최근 지역의 한 경로당에 방문해 어르신 10여 명을 대상으로 문화누리카드 사용처에 대해 질문 한 결과 “잘 모른다”는 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또 A 씨와 같이 사용처를 잘 몰라 비허용품목을 구매한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렇듯 문화누리카드 이용자에게 비허용품목을 판매할 경우 가맹점은 경고 후 해지 처분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장 적발이 쉽지 않은 데다 가맹점 확대로 이용자 접근성을 높여야 하는 기조가 깔려 있어 실제 해지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충청권 일부 지역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가맹점 해지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가운데 요양원·복지관 등 노인복지시설에서 고령층의 문화누리카드를 일괄 관리하는 관행도 자리 잡았다.

지역의 한 문화계 관계자는 “복지관이나 요양원의 경우 어르신들이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직원이 대신 카드를 모아 관리하며 찾아오는·모셔오는 행사, 도서 구입에 사용한다”며 “일괄 관리로 혜택을 편히 사용하는 어르신들도 계시지만, 일부 사설 요양원은 병실에 누워 계신 어르신들의 카드를 행사 물품 준비에 사용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입소 비용을 치른 분이니 요양원 예산으로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문화누리카드를 시설에 이용하는 것이다”며 “이에 요양원 대상 발급 제한을 검토했지만, 역차별 논란이 불거져 시도조차 못 했다. 현장의 고충이 크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세영 기자 ks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