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줘도 쓸 줄 몰라요” 충청권 문화누리 카드 불용액만 30억

문화격차 줄이기 위해 지급한 문화누리 카드 예산 늘었지만 불용액 30억원 국고로 반납 발급 연령대 60대 가장 많지만 활용 저조해 미사용자, 60대 48.2% 절반 가까이 달해 일부 차상위계층 기회도 없어 대책 필요

2025-10-02     김세영 기자
2024년 충청권 문화누리카드 불용액 현황.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김세영 기자]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충청권 예산이 매년 늘고 있지만 정작 수혜 고령층은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정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인데, 발급률과 이용률 격차로 지난해 충청권에서만 불용액 약 30억원이 국고로 반납됐다.

2일 대전·세종·충북·충남지역 각 문화재단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누리카드 예산은 약 345억원으로 대상자 27만 1131명에게 발급됐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문화 향유를 돕기 위해 2006년 도입된 사업으로,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으로 운영된다.

올해 기준 1인당 지원 금액은 14만원이며, 계층 간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관련 예산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 충청권 예산은 2021년 약 205억원에서 지난해 140억원(68%) 증액됐다.

이렇게 증액된 문화누리카드 예산의 절반가량은 고령층에게 향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연령별 문화누리카드 발급 매수를 보면 60대 이상이 40%로 가장 많았다.

4년간의 발급 매수 추이를 분석해 보면 10·20대에서 6.4%p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은 11%p 증가했다.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적 흐름이 발급률에 반영된 셈인데, 올해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수혜 고령층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사업 이해도 부족, 거동 불편 등의 이유로 수혜 고령층이 문화누리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2023년 전국 전액 미사용자 비율을 분석해 보면 60대 이상이 48.2%로 절반에 달했고 50대 14.7%, 40대 11.5%, 30대 4.9%, 20대 7.4% 10대 13.3%로 나타났다.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연령별 이용률을 파악 중인 충남의 경우를 봐도 연령이 높아질 수록 이용률이 낮아졌다.

지난해 30·40대 이용률은 각각 114.8%, 115.3%로 초과 사용이 나타난 반면, 50대는 94.4%, 60대 90.6%, 70대 89.7%, 80대 85.5%, 90대 이상은 82.7%에 머물렀다.

30·40대의 이용률 초과는 미성년 자녀 카드 합산 기능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지난해 충청권 수혜 고령층 등이 사용하지 못한 금액은 약 30억원으로 모두 불용액 처리돼 국고로 반납됐다.

허공에 사라진 지원액에 정책 수혜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한 일부 차상위계층은 기회를 받지 못하고 혜택도 누리지 못한 실정이다.

이날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기준 관내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중복 제외)는 9만 2000여 명으로, 이 중 문화누리카드 수혜자는 8만 1655명이다.

김구 대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사용액이 매년 국고로 돌아가면 정작 혜택이 절실한 사람들은 문턱 밖에 서게 된다”며 “실태조사로 예산과 대상을 정교하게 조정해 미사용을 줄이고, 이용 가능성이 높은 차상위·건강한 고령층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영 기자 ks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