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대규모 행정 마비 피했다… 주요 시스템 ‘아직’

중단된 647개 시스템 중 62개만 정상화 국민신문고·법령정보센터 핵심서비스 글쎄 지자체 긴급 연락망·대체 창구 마련해 대응

2025-09-29     이심건 기자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국가전산망 대규모 마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9일 대전 유성구청 민원실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주형 기자 kjh2667_@cctoday.co.kr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마비를 초래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가 나흘 째를 맞았지만, 주요 시스템 복구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화재로 중단된 전체 647개 시스템 가운데 62개만 정상화됐고, 전소된 96개 핵심 시스템은 대구센터 클라우드로 이전해 새로 구축해야 하는 상황.

다만 충청권 지자체 등이 긴급 대응 체제를 가동하면서 우려했던 대규모 민원 행정 혼란까지는 이르지 않은 분위기다.

물론 핵심 행정정보시스템 복구에 최소 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와 관련된 불편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9일 낮 12시 기준 복구된 시스템은 62개로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중 1등급 주요 업무는 36개 가운데 16개가 정상화됐다.

복구 대상에는 인터넷우체국, 조달청 나라장터 대금결제, 정부24,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난방송시스템 등이 포함됐으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 우체국 금융·우편 서비스도 우선 복구됐다.

그러나 전산실 7-1호에서 전소된 96개 시스템은 국민신문고, 국가법령정보센터, 통합보훈, 안전디딤돌, 정책브리핑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핵심 서비스가 많아 현장 복구는 불가능하다.

김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행안부 차관)은 이날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정보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가량 소요될 것”이라며 “대구센터 입주기업과 협력해 일정을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피해 시스템 목록조차 정리하기 어려워 이날 96개 목록을 뒤늦게 공개했다.

화재 당시 항온·항습기가 꺼지면서 보호 차원에서 전원을 차단했던 551개 시스템은 순차적으로 전원을 켜며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 중이다.

서버 장비는 정전기와 수분에 취약해 전문업체가 청소와 복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작업에도 1~2주가 소요될 전망이다. 네트워크 장비는 지난 28일 오전 재가동됐다.

이런 상황에서 충청권 지자체들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대전시는 28일 화재 대응 상황실을 설치해 구청·읍면동과 긴급 연락망을 운영했다. 세종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점검한 결과 중앙 부처 시스템 151개 중 46개가 접속 불가, 38개가 기능 이상을 보였다. 자체 운영 시스템 89개 중 82개는 정상 작동했으나 정부 연계 7개 서비스에서 장애가 확인됐다.

세종시는 모바일 신분증과 인증 시스템 차질로 정부24, 무인민원발급기 등이 중단되자 서면 접수와 대체 사이트 안내로 대응하고 있다. 충남도는 같은 날 자체 운영 79개 시스템은 정상이라고 밝혔지만, 공직자 통합메일 등 중앙 연계 일부에서 장애가 발생해 정부24 등 전자민원은 서면 접수로 안내했다.

교육청들도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대전·세종·충남교육청은 나이스, K-에듀파인 접속 장애에 대비해 대체 창구를 마련하고 교직원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정부대전청사 기관들도 긴급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특허청은 전자출원 시스템 장애로 본청과 서울사무소 직접 제출을 허용했고, 조달청과 병무청, 국가유산청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정부는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창구 확대와 납부 기한 연장 등 대책을 내놨다. 국민신문고와 통합보훈 등은 방문·우편 접수로 대체하고, 국가법령정보센터는 국회 등 대체 사이트를 안내한다. 이달 재산세 납부와 각종 세금·서류 제출 기한도 연장했으며, 오프라인 발급 수수료는 전면 면제하기로 했다. 각 기관은 민원전담 지원반을 운영하고 수기 처리 절차를 마련해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