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긴 '명절'을 맞이하며
이정윤 대전교육과학연구원 총무부 주무관
요즘 들어 달력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특히 오는 10월까지 며칠이 남았는지 세어보곤 한다. 아마도 10월 3일부터 시작되는 긴 연휴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니 결국 결론은 늘 하나다. 나는 놀고 싶은가 보다. 왜 자꾸만 놀고 싶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변명해보자.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인간의 마음은 본능적 욕구(Id), 이를 조절하는 자아(Ego), 그리고 도덕적 기준인 초자아(Superego)가 조화를 이뤄야 건강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 내 마음은 욕구 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는 셈이다. 쉽게 말해, 그냥 놀고 싶은 것이다. 어른이 되면 놀고 싶다는 마음을 잘 꺼내놓지 못한다. 해야 할 일들이 늘 앞을 가로막고, 놀고 싶은 마음은 왠지 게으른 사람의 핑계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놀고 싶은 마음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쉬고, 웃고, 즐기는 시간이 있어야 다시 힘을 내어 일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네덜란드의 학자 하위징아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유희하는 존재라고 불렀다. 사람은 단순히 노동하는 기계가 아니라, 놀이와 즐거움을 통해 더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존재라는 뜻이다.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실제로 즐겁게 일하는 사람은 생산성도 높고, 삶의 만족도도 크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결국 잘 노는 것이 잘 사는 것과도 이어지는 셈이다. 우리는 흔히 사는게 힘들다고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시간을 쏟아내다 보면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사라진다. 그래서 명절이나 연휴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단순히 쉬는 날을 넘어, 왜 일하고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 잠시 멈춰 돌아볼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긴 연휴, 나는 마음 속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좀 놀아도돼. 놀아야 다시 힘을 낼 수 있고, 그래야 삶의 균형도 지킬 수 있어. 명절은 가족과 웃고, 함께 먹고, 잠시 일에서 벗어나 마음껏 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올해는 그 시간을 마음껏 누리며 충전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조금 더 가볍고 환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