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낸 ‘빛 좋은 소비쿠폰’ [민생회복소비쿠폰 긴급점검]
소비쿠폰 사업비 10% 지방비로 충당 가용 재원 고갈 상태서 수백억 지출 민생회복 취지와 달리 건전성 악화
2025-09-22 조사무엘 기자
[충청투데이 조사무엘·윤경식 기자] 정부의 1~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거치며 관련 예산을 일부 부담하는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의 고심도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세수부족으로 재정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쿠폰지급으로 최소 수백억원대의 지방비 투입이 불가피해지면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자체들의 재정 부담이 결국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어린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충청권 4개 시도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분담액을 충당하기 위해 기금 차입, 예산 감액, 지방채 발행 등 비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총 사업비의 90%는 국비, 10%는 지방비로 충당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말 인구 기준 80%에 해당하는 국비를 우선 교부했으며, 나머지 재원은 지급 기준 확정 뒤 추가 배분할 예정이다.
문제는 지방비 10%다.
충청권만 해도 수백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수 감소로 이미 살림살이가 빠듯한 지자체들은 자구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대전시는 분담액 214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융자를 받기로 했다.
이 기금은 지방정부가 운용 중인 각종 회계와 기금의 여유자금을 한데 모아 필요할 때 투입할 수 있는 ‘비상 자금’ 성격을 지닌다.
필요한 회계에 융자를 해주지만, 이자를 얹어 반드시 상환해야 해 결국 재정 부담으로 돌아온다.
세종시는 1차 지급에서 72억원을 부담한 데 이어 2차에서도 31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1차에 이어 이번에도 세입 조정과 기정예산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313억원의 부담분을 추경과 자체 사업 감액 등으로 마련하고 있으며, 충북도는 도비 분담금 233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순세계잉여금 활용, 세출 구조조정, 지방채 발행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했다.
충청권 전체의 소비쿠폰 분담액은 이미 수백억원을 넘어섰고, 이번 2차 지급도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부담이다.
세수 감소로 가용 재원이 바닥난 상태에서 반복되는 대규모 지출은 지방 재정의 건전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당초 전액 부담을 제시했던 정부가 갑자기 조건을 바꾸면서 날벼락을 맞았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재정 분담을 요구하는 이 같은 구조가 계속된다면 지자체의 혼선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부담이 커져, 지자체에서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할 현안 사업까지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제도 개선 요구가 제기된다.
소비쿠폰이 민생 회복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지자체 재정 부담만 키우는 구조라면, 전액 국비 지원 전환이나 지방채 발행 기준 완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는 민생 지원이라는 명분을 강조하지만, 지방 현장에서는 ‘빚 내는 복지’라는 냉소가 퍼지고 있다"며 "국비 전환이나 지방채 발행 기준 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소비쿠폰은 오히려 지방 재정을 옥죄는 족쇄가 될 것"고 말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윤경식 기자 ksyoon1102@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