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로 가는 길

조사무엘·정치행정부 기자

2025-09-17     조사무엘 기자
조사무엘 기자

[충청투데이 조사무엘 기자] 시작은 한 온라인 카페였다.

"몇 달째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 지원금을 받지 못해 결국 마이너스 통장을 개통했다. 이젠 폐업까지 고민 중이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댓글을 따라가자 비슷한 사정을 호소하는 수많은 글들이 꼬리를 물었다. 저마다의 표현은 달랐지만, 공통된 단어는 하나였다.

‘예산 부족’. 출산 가정을 돕겠다던 제도가, 어느새 현장에서는 ‘빚의 굴레’로 변해 있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은 산후조리원을 나온 산모와 신생아가 전문 건강관리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표적 출산 장려 정책이다. 출산율 저하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산모의 회복과 신생아 양육을 돕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2022년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된 뒤, 지자체가 예산을 부담하게 되면서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출생아 수 반등세와 함께 신청 건수는 해마다 불어나는데, 지자체 예산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결국 계획했던 예산이 조기 소진되면서, 지원금 미지급 사례가 전국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가까이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현장의 시름은 커져만 간다. 지원금이 건강관리사들의 인건비로 직결되는 구조이다 보니, 기관 운영자는 대출을 받거나, 끝내 문을 닫는 곳도 적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체 사업비의 80%를 차지하는 전환사업 예산에 대한 국비 보전이 내년까지만 예정돼 있다.

별도의 재정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업은 축소는 불가피하다. 더 이상 추경 등 단기 대책으로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충청권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국적인 과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보니 지역에서는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출산 문제는 특정 지자체만의 과제가 아닌 국가의 존립이 걸린 모두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모처럼 소폭 반등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2025년 6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 6월 출생아 수는 전년동월대비 9.4% 증가한 1만 9953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추세는 최근 몇달간 이어지고 있다. 인구절벽이라는 암울한 분위기 속 우리에게 들려온 작은 희소식이다. 어렵게 움튼 불씨가 꺼지지 않으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정책을 강화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가속도를 붙여 이 소중한 기회를 더 큰 불꽃으로 키워가야 한다. 출산 가정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공백 없는 지원망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로 가는 첫걸음일 것이다.